퍼킨스 (William Perkins, 1558~1602)는 영국 청교도주의의 아버지로, 그리고 뉴 잉글랜드(현재의 미국의 북동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회중교회 신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Lloyd-Jones 2016, 255: Jeong 2021, 135, 155, 184). 제네바로 망명하여 칼빈에게서 신학을 배운 후 장로교회 설립을 위한 종교개혁을 추진했던 Knox와 달리 퍼킨스는 칼빈의 책들 보다는 베자와 우르시누스의 책들을 통해 신학을 더 많이 배웠다 (Beeke & Jones 2012, 120). 스콜라주의를 개신교 신학으로 도입하는데 앞장 선 베자와 우르시누스(Letham 2009, 101)의 영향을 많이 받은 퍼킨스의 신학과 스콜라주의를 경계했던 칼빈에게서 신학을 배운 낙스의 칭의 신학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자.

1590년대부터 청교도 운동의 성격과 방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이전에는 왕을 수반으로 하는 국교회를 칼빈이 유럽에 세운 장로제도를 기반하는 하는 종교개혁 교회로 바꾸는 것이 청교도 운동의 목표였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과 국교회 감독들의 극심한 핍박으로 인해 청교도들이 계속 국교회 체제를 고치자고 요구할 수가 없게되었다. 그래서 부득이 청교도들은 새로운 방향의 개혁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Won 2018, 36). 

1590년대부터 청교도들은 더 이상 외적인 교회의 제도와 체제를 개혁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대신 왕과 감독들에 의해 검열되지 않고 탄압받지 않는 새로운 방식과 전략으로 개혁운동을 추진하였다. 주일 예배, 하나님에 대한 개인적 헌신, 신앙의 실천, 가장이 목회자 역할을 하는 가족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는 개혁운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Won 2018, 37-38). 처음에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국교회 지도자들은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서서히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방향의 청교도 개혁운동의 영향을 받은 시민들의 신앙 자세, 의식,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Won 1989, 299-301).

청교도 목회자들의 새로운 방향의 개혁 운동은 언약 신학이 함께 등장했었다. 국교회 체제에서는 감독들이 개인의 신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이전까지 국교회 신자들에게는 감독들의 명령을 따르기만하는 피동적인 자세만 요구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방향의 개혁 운동으로 신자들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고, 감독들의 지시를 받기보다는 자기의 신앙과 구원에 대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이 같은 새로운 방향의 청교도 개혁운동의 신학적 동력원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언약신학이었고 퍼킨스가 그 일을 앞장서 추진하였다 (Ahn 2016, 108; Won 2018, 40). 퍼킨스는 하나님이 예정하신 자에게 저절로 구원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제시하시는 조건을 성취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구원이 주어진다는 내용의 언약 신학을 주장했다.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이 1647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통해 공식화되기전에 이미 1590년대 초 퍼킨스가 동일한 내용의 언약 신학을 먼저 제시한 것이다.

1592년 퍼킨스는 자신의 책 황금사슬 (A golden chain)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행위언약 이론을 제시하였다: “The covenant of works is God’s covenant made on the condition of perfect obedience, and this condition is expressed in the ethical law. The ethical law is God's covenant made to man on the condition of complete obedience in his nature and actions, and this condition is expressed in the ethical law. ...The law has two parts. It is a law requiring obedience and a condition coupled with obedience. The condition is eternal life for those who fulfill the law, and eternal death for those who break the law. “The Ten Commandments are a microcosm of all the laws and a covenant of works.” (Perkins 1626, 32; Won 2018, 48).

“행위언약은 완전한 순종을 조건으로 만들어진 하나님의 언약이고, 이 조건은 윤리법으로 표현된다. 윤리법은 인간에게 그의 본질과 행동에서 완전한 순종을 조건으로 만들어진 하나님의 언약이고, 이 조건은 윤리법으로 표현된다. ... 율법을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그것은 순종을 요구하는 법과 그리고 순종과 결합되어 있는 조건이다. 그 조건은 율법을 완성하는 자에게는 영생이고, 율법을 범하는 자들에게 영원한 죽음이다. 십계명은 모든 율법의 축소판이요 행위언약이다”

동시에 퍼킨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은혜 언약 이론을 제시했다: “The covenant of grace is God’s free promise of Christ and his benefits to humans, and the covenant is completed when humans accept Christ with faith and repent of their sins. ... This covenant was also made testamentary: it has a testamentary nature and character. For this is confirmed by the death of the testator. ... Second, in this covenant we are not offering anything to God or promising anything significant, but only receiving. This is just as a person’s last will is not for the testator but for the heirs.” (Perkins 1626, 71; Won 2018, 51).

“은혜 언약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와 그의 유익을 인간에게 값없이 약속하시는 것으로 인간은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의 죄들을 회개함으로 언약이 체결되는 것이다. ... 이 언약은 또한 유언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유언적 본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유언자의 죽음으로 확증되기 때문이다. ... 둘째로, 이 언약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무엇을 제공한다든지 또는 중대한 어떤 것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받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마지막 유언이 유언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자를 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퍼킨스는 하나님이 제시한 조건을 인간이 충족시키면 영생을 인간이 충족시키지 못하면 죽음을 내리기로 했고, 그 조건의 내용이 나중에 십계명으로 주어졌다고 했다. 50년 뒤에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9장의 행위언약과 동일한 내용이다. 단지 아담이라는 최초의 사람의 이름이 없을 뿐이다. 퍼킨스가 제시한 은혜언약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7장의 은혜언약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행위 언약을 주장하면 반드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으로 칭의를 설명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충분하게 살펴보았다. 과연 퍼킨스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을 주장했을까? 놀랍게도 퍼킨스는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그리스도의 능동적-수동적 순종 사상을 주장하였다: “About Christ and His righteousness we must understand two things. The first is Christ's suffering as revealed in his passion and death. The second is His obedience revealed in the fulfillment of His law. These two go together.” (Perkins 1626, 567: Shin 2016, 93).

“그리스도와 그 분의 의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나타난 그 분의 고난이다. 둘째는 율법을 성취하시는데서 드러난 그분의 순종이다. 이 둘은 함께 간다”

베자와 우르시누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퍼킨스에게서는 행위 언약 사상과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칼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낙스와 대조되는 모습니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the Cannon of Dort (1619)를 통해 정죄받은 네덜란드의 알미니안들이 가르쳤던 the covenant of works과 the covenant of grace와 동일한 내용을 퍼킨스가 주장했다는 것이다 (Bouwman 1998, 44-45, 54-55; Yosicaz 2018, 123-125). 베자와 퍼킨스의 신학이 칼빈의 신학에서 벗어났다는 패커의 지적은 옳았다 (Packer 2019, 19). 그리고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네덜란드 알미니안들과 잉글랜드 청교도들이 같은 언약 신학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은 1590년대 초 퍼킨스가 본격적으로 주장한 행위언약 신학과 1616년에 작성된 <도르트신조>에 의해 사형, 재산몰수, 국외추방에 처해진 화란의 알리니안들의 행위언약 신학이 같은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도르트신조, 둘째 교리조항-반박 2, 3, 4번). 대체 왜 청교도주의의 아버지 퍼킨스와 화란의 알미니안들이 같은 언약 이론을 믿고 주장했던 것일까? 제임스 패커는 이렇게 말했다.

"Arminianism emerged in Holland, but not as an isolated phenomenon; similar reactionary theologies appeared at about the same time in England, as we shall see, and in German Lutheranism." (Packer 2018, 5).

(알미니안주의는 화란에서 일어났지만, 그것은 독립된 현상이 아니었다. 동시에 비슷한 신학이 잉글랜드와 독일 루터란주의에서 비슷한 내용의 신학이 나타났다.) 

패커는 알미니우스가 활동했던 화란에서만 알미니안 신학이 번성한 것이 아니고 잉글랜드와 독일에서도 동시에 나타났다고 했다. 우르시누스의 자연언약이라는 다른 명칭의 행위언약 사상 (Ursinus 1562-1563, Larger Catechism Q. 36, 135), 그리고 퍼킨스의 행위언약이 사실상 알미니안 신학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흉측한 알미니안 신학이 1647년에 작성된 웨신(WCF)에 삽입됨으로 오늘 날 필라델피아의 웨신세미나리, 미시간의 칼빈세미나리 등을 비롯한 모든 장로교회 신학의 심장 속에 알미니안들의 뜨거운 피가 흐르게 되었다. 

(이 글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아래 관련 기사들을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Packer, James. 2019. Arminianisms. https://www.onthewing.org/user/Arm_Arminianisms%20-%20Packer.pdf.

Lloyd-Jones, D. M. 2016. The Puritan: Their Origins and Successors. Catisle: The Banner of Truth Trust.

Jeong, Lee-Chul. 2021. The Puritan Reformation at a Glance. Seoul: Daum.

Knox, John., Willock, John., Winram, John., Spottiswoode, John., Row, John., and Douglas, John. 1560. The Scottish Confession. PDF. https://apostles-creed.org/wp-content/uploads/2014/07/Scots_Confession_1560.pdf.

Beeke, Joel R. & Mark Jones. 2012. A Puritan Theology: Doctrine for Life. Grand Rapids: Reformation Heritage Books.

Won, Chong-Chun. 2018. Covenant Theology of Puritans. Seoul: The Christian Literature Society of Korea.

Ahn, Sang-hyuk. 2016. the Covenant Theology. Seoul: Yungemsa.

Perkins, William. 1626. The Works of William Perkins. 1 vol. London: John Legatt.

Shin, Ho-Sup. 2016. The Reformed Doctrine of Imputation. Seoul: Jipyung Seowon.

Bouwman, Clarence. 1998. Notes on the Canons of Dort. Armadale: The League of the Free Reformed Women’s Bible Study.

Ursinus, Zacharias. 1562-1563. Large and Small Catechisms with the Heidelberg Catechism. Translated by Fred H. Klooster and John Medendorp. edited by The riddlebolog. PDF. http://kimriddlebarger.squarespace.com/the-latest-post/2009/11/23/ursinus-large-and-small-catechisms-together-with-the-heidelb.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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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