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께서 영어로 작성된 긴 글의 일부를 한국어로 옮긴 글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울리히 쯔빙글리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쯔빙글리(Ulrich Zwingli, 1484 ~ 1531)는 독일의 개혁자 루터와 비슷한 시기에 종교개혁 운동을 시작하여 개혁파 신학의 선구자가 된 인물이다. 쯔빙글리는 루터의 모든 책들을 읽었으나 자신이 루터의 제자로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다. 쯔빙글리는 이것은 나의 몸이다라는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며 빵과 포도주에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실제로 임재한다고 주장하는 루터의 성만찬 신학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루터와는 다른 방향의 종교개혁 신학을 정립하였다 (Hong 2004).

쯔빙글리는 주로 로마교회의 사람의 행위를 구원과 연관시키는 신학을 비판하고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하나님의 칭의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쯔빙글리에게서 그리스도의 율법준수가 칭의의 근거가 된다는 능동적 순종 개념은 나타나지 않았다. 쯔빙글리는 신학의 절대적 근거인 성경의 영감성,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예정, 성만찬의 의미와 원리, 교회와 국가의 관계 부분에 대한 성경적인 신학을 정립하기 위해 힘썼고, 그 부분에서 개혁파 신학의 선구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Hong 2004).

쯔빙글리의 신학과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이에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그의 언약 신학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한국과 서구의 신학자들은 한결같이 구원을 위한 인간과 하나님의 쌍무적 관계, 즉 하나님의 조건에 대한 인간의 협력, 역할, 의무를 강조하는 아담과 하나님 사이의 행위언약 사상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Kim 2022; Kim 2021, 60-61; Jeong Tae 2022, 229; FCKTS 2022; Kim 2016; Brown and Zach 2012, 7879; Horton 2006, 123; Kline 2000, 153160; Lillback 2001, 436, 445; Pronk 1999, 235236).

그러나 쯔빙글리는 유아세례를 거부하는 재세례파와를 논박하는 과정에서 신약과 구약의 하나님의 언약의 통일성을 강조하고, 구원이 인간의 행위, 협력, 적극적인 의무 수행과 무관하게 오직 하나님의 택하심과 은혜에 기초한다는 언약 이론을 개진하였다 (Won 1998, 16). 쯔빙글리처럼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에 기초하는 구원을 위한 언약을 주장하는 신학자들에게서는 아담이 실패한 율법준수를 그리스도가 대행했다는 능동적 순종 개념이 나타날 수가 없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모두 아담과 하나님의 쌍무적 관계, 즉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제시한 목표를 아담이 스스로 성취해야 한다는 행위 언약 이론이 성경과 하나님의 성품에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담이 성공하지 못한 행위의 공덕을 그리스도가 대신 성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인리히 불링거

쯔빙글리의 제자이며, 쯔빙글리의 후계자가 되어 스위스의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불링거(Heinrich Bullinger, 1504~1575)는 조금 특이한 신학자였다 (Lawson 2018). 그는 구원을 위한 언약의 조건으로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를 강조했던 스승 쯔빙글리의 이론과 다른 내용의 언약 이론을 개진하였다. 불링거는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조건,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인간의 의무와 협력을 강조하는 쌍무적 언약 개념을 개진했다 (Won 1998, 17). 구원을 위한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적극적 순종과 의무를 강조하는 불링거의 언약 개념이 훗날 영국의 청교도들이 작성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행위언약 신학의 기초가 되었다 (18).

불링거는 행위언약의 초기 버전을 주장하였으므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대한 다른 표현을 가지고 있었을 것처럼 여져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실제로 불링거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이 전혀 들어설 수 없는 칭의 신학을 붙든 신학자이다. 불링거가 작성한 '제2 스위스 신앙고백'(the Second Helvetic Confession, 1562) 속에 그 증거가 있다. Bullinger는 죄인들에게 칭의를 주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지키셨다는 그 당시의 어떤 사람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And false apostles preached a corrupted Gospel, having combined it with the law, as if Christ could not save without the law” (SHC 1562, Chapter XIII). (거짓 사도들은 썩은 복음을 전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복음을 율법과 뒤섞음으로 마치 그리스도께서 율법 없이는 우리를 구원하실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2 스위스 신앙고백 13).

구원을 위한 인간의 역할과 의무를 강조하는 언약 이론을 주장하여 훗날 웨스트민스터 신학자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도입된 행위언약, 즉 능동적 순종 이론의 근거를 만든 불링거가 정작 칭의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지키셨다는 이론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불링거가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때까지 존경받았던 신학자들에게서 죄인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율법준수 이론이 주장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쯔빙글리와 불링거에게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이 나타나지 안았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사실이다. 능동적 순종이 칼빈이 완성한 종교개혁 신학을 유럽의 교회들 속에 정착시키는 과업을 수행했던 칼빈 이후의 칼빈주의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이 대두되었다는 증거이다. 1564년에 칼빈이 죽었고, 그 이후에 활동한 칼빈주의 신학자들, 15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신학자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500년대 중반 또는 그 이전에 활동했던 쯔빙글리와 불링거에게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15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신학 사조, 즉 개신교 스콜라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종교개혁 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과 무관했다는 것이다. 루터와 칼빈에 의해 배격되었던 중세 로마교회 신학자들의 스콜라주의는 칼빈이 죽은 이후 다시 등장하였다 (Asselt et al. 1998, 110). 유럽의 대학들 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다시 부흥하였고, 그 무렵에 교육받고 성장한 신학자들이 자연스럽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방법으로 신학을 전개하는 개신교 스콜라주의를 다시 신학의 방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Muller 2003, 21, 31).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논리와 유추, 그리고 합리적 이성으로 모든 하나님의 진리를 재단하고 규격화하려고 시도했던 개신교 스콜라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은 종교개혁 신학자들의 작품으로 등장했다 (Cunningham 1979, 404; Letham 2009, 101). 개신교 스콜라주의는 칼빈 이후 약 200년 동안 유럽의 신학자들의 신학을 지배하였다 (Muller 2003, 24). 그리하여 이후 종교개혁 신학을 연구하는 신학자들이 칼빈과 그 이후의 개신교 신학자들을 "칼빈과 대립되는 칼빈주의자들"라는 문구로 표현하게 되었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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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nningham, William. 1863. The Reformers and the Theology of the Reformation. Reprinted in 1979. Carlisle: The Banner of Truth Trust.

Letham, Robert. 2009. The Westminster Assembly. New Jersey: R&P Publishing.

Muller, Richard A. 2003. After Calvin. (Title transliterated from Korean). Translated by Byung-Soo Han.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Asselt Wilem J., Piezier Theo J., Rouwendal Pieter L., Wisse Maarieen. 1998. Translated by Byung-Soo Han.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Hong, Mi-Yuong. 2004. “Zwingli's Life and Theology”. Prof. Huh's Korean Theology Garden. Aug. 24th, 2004.http://theologia.kr/board_system/45783?ckattempt=1

Lawson, Steven. 2016. “Covenant Theologian: Heinrich Bullinger”. Ligonier Ministries. Oct. 22th, 2018. https://www.ligonier.org/learn/articles/covenant-theologian-heinrich-bullinger

Bullinger, Heinrich. The Second Helvetic Confession. 1562. PDF.

Kim, Jae-sung. 2021. The Active Obedience of Christ. Seoul: the Puritan Heritage.

Jeong, Tae-Hong. 2022. Is the Doctrine of Active Obedience of Christ a Heresy? Geachanggun: PRTMINISTRIES.

Faculty Committee of Korea Theological Seminary. 2022. “The Theological Position of the General Assembly (Koshin) on the Active Obedience of Jesus Christ.” Paper presented at the General Assembly(Koshin), Chunan, Korea, 19th Sep.

Kim, Byung-Hun. 2016. “Christ’s Active Obedience and Passive Obedience.” Christian Reformed News, April 12, 2016. http://repress.kr/3719/.

Kim, Hyo-Nam. 2022. “Why is Christ’s active obedience biblical and necessary?” Chonshinwonbo, Oct. 1th, 2021.

Brown, Michael C. & Zach, Keele. 2012. Sacred Bond: Covenant Theology Explored. Translated by Ho-Yong Cho.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Press.

Horton, Michael. 2006. Introducing Covenant Theology. Translated by Kum-San, Pack.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Press.

Lillback, Peter A. 2001. The Binding of God. Translated by Jong-Chun, Won. Seoul: Christian Literature Crusade.

Pronk, Cornelis N. 1999. Expository Sermon on the Canon of Dort. Translated by Jun-Ho Hwang. Seoul: The People of The Book Publications.

Kline, Meredith G. 2006a. Kingdom Prologue: Genesis Foundations for a Covenantal Worldview. Translated by Koo-Won, Kim. Seoul: Christian Literature Crusade.

Won, Chong-Chun. 1998. Covenant Theology of Puritans. Seoul: The Christian Literature Socie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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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