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총회장(예장, 합동)
김종준 총회장(예장, 합동)

주일 예배 문제로 정부와 교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장 합동 김종준 총회장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1만 2천 교회와 300만 교인들이 소속해 있는 예장 합동은 한국의 최대의 장로 교단이고, 모든 교파들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의 교단이다. 그러므로 김종준 목사가 합동 교단의 총회장으로서 발표한 성명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다. 합동 교단의 많은 목회자들이 김종준 총회장이 발표한 성명서 속의 다음의 내용에 대해 크게 호응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하여 이번 주일예배에 대한 지도, 감독차원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강제적으로 예배당을 진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종교탄압이요, 신성모독이다. 또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 심각한 훼손의 우려가 있다.”

“공무원들이 예배당에 들어올 때는 예배를 지도, 감독, 단속자가 아니라 예배자로 참여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예배당 출입 확인서’에 동의하고, 서명해야 교회에 들어올 수 있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 지금 정부가 전염병 문제로 인해 교회를 직접 지도하고 단속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을 탄압하는 것일까? 전염병으로부터 교인들과 더 나아가 전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교인들이 모이는 예배를 지도하고 규제하는 것이 신성모독일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칼빈의 <기독교강요> 4권에 하나님 안에서 교회와 정부의 관계를 기술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하나님 안에서 교회와 정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한다고, 어떻게 이해하여야 한다고 가르쳤는지 보자.
 

 

“영적 통치는 지상에 있는 우리 안에 이미 하늘나라가 시작하게 만들며, 이 죽을 덧없는 생명 속에서 영원불멸의 복락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국가 통치에 지정된 목적은, 우리가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안 하나님께 대한 외적인 예배를 존중하고 보호하고, 건전한 교리와 교회의 지위를 수호하며, 우리를 사회생활에 적응시키며, 우리의 행위를 사회 정의와 일치하도록 인도하며, 우리가 서로 화해하게 하며, 전반적인 평화와 평온을 증진하는 것이다.”(기독교강요, 4.20.2)

“하나님 교회는 완전해야 하며 교회의 통치만 있으면 다른 법률을 대신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 사회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완전성에 대해서 우매한 공상을 한다. 극도로 엄격한 법으로도 억제할 수 없는 그렇게까지 완강하고 거만한 악인들이 만일 어떤 악한 짓을 해도 벌을 받지 않을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짓을 할까?”(기독교강요, 4.20.2)

칼빈은 성도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적인 통치 하에 있고 동시에 하나님의 국가를 통한 보이는 통치 하에 있다고 가르쳤다. 하나님의 국가를 통한 통치가 없다면, 정당한 예배와 성경적인 교리와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와해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교회가 아무리 믿음으로 충만해도 근본적으로 죄에 물든 인간들이 행하는 악으로 인해 세상이 난장판이 되어 교회가 하나님을 정상적으로 섬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 사회에서 정부가 하는 일은 빵과 물과 태양과 공기가 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 우상 숭배, 하나님의 이름에 대한 모독,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훼방 그리고 그밖에 종교에 대한 공공연한 방해가 사치에 발생하거나 만연하지 않도록 하고, 치안을 유지하며, 시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인간 상호간의 선한 교제를 가능하게 하며 정직과 겸양의 덕을 보존한다. 요컨대 그리스도인들이 공개적으로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에 인간성이 보존되도록 한다.”(기독교강요, 4.20.3)

칼빈은 정부의 공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교회가 하나님을 섬기면서 존재할 수 있는 터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죄의 종으로 전락한 인간들이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들어 하나님 섬김의 신앙을 멸종되게 할 것인데, 하나님께서 정부를 세워 그 지경으로 가지 않게 했다고 보았다.

“이 점을 위정자들은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직책을 다하겠다는 큰 자극을 받으며, 임무 수행에 따르는 곤란이 아무리 많고 중대할지라도 큰 위로를 얻을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일꾼으로 임명되었다고 자각하는 사람은 고결함과 슬기와 온유와 극기와 결백에 대해서 큰 열성을 가져야 하겠다고 자기를 스스로 일깨우고 격려할 것이 아닌가? 자기의 재판석이 살아 계신 하나님의 보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찌 뻔뻔스럽게 불공정한 재판을 허락하겠는가?”(기독교강요, 4.20.6)

칼빈은 정부 관원들이 성직자는 아니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소임이 무엇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대리하는 육적 통치자로서 늘 자신을 삼가고 돌아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왕국들에는 왕들을 세우며 자유 도시들에는 원로들이나 시의원들을 세우는 것을 하나님께서 좋게 생각하셨다면, 우리가 사는 곳에 주께서 세우신 사람들에게 공손히 복종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기독교강요, 4.20.8)

칼빈은 교회를 세우고 성직자들을 세우시어 말씀의 영적 통치를 행하시는 것과 동시에 왕국들과 왕들을 세우시어 눈에 보이는 통치를 행하고 계심을 인정하고 정부와 관원들에게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라고 가르쳤다.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공정하고 충실하게 직책을 다하는 군주들의 권위에 복종해야 할뿐만 아니라, 어떤 수단으로든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비록 군주로서의 직책을 조금도 이행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권위에 또한 복종해야 한다.”(기독교강요, 4.20.25)

칼빈은 도무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과 무관한 악한 통치자에게도 복종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칼빈이 현세에 대한 체념과 운명론적 사고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로 인해 무식하고 악한 통치자가 들어선 것이므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믿으라는 것이 칼빈의 근본적인 가르침이었다.

칼빈의 사상에 의하면, 정부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칼빈의 이해와 가르침에 의하면, 하나님은 국가와 교회, 이 둘을 통하여 우리를 통치하고 인도하고 계신다. 국가의 기능이 마비되면 교회의 기능도 수행될 수 없다. 정부는 하나님이 성도와 교회를 존속시키고 성도에게 은혜 베푸시는 또 다른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정부가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의 기능을 더 잘 감당하도록 기도하고,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보이는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의 사명을 잘 못 감당하면 과거 독재정부 시대의 교회지도자들이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것으로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겸손하게 충고해야 한다. 이것이 칼빈이 이해하는 교회과 국가의 관계이다.

그러면 전염병이 확산되어 교회뿐 아니라 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때에 정부와 교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정부는 조속한 전염병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하고, 동시에 전염병의 확산이 최소화되도록 규제하고 단속하는 일을 마땅히 해야 한다. 이 상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제멋대로 행동하는 시민들을 제제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어떤 한인 목회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자가격리하지 않고 외출하다 경찰에게 발각되어 400 달러 정도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전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정부의 마땅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국민 전체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모여서 예배드리는 일이 전염병 확산에 유리한 상황이므로 정부는 모이는 예배를 자제하라고 권고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교회, 성당, 사찰, 무속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목적과 동기를 따라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를 강행하므로 정부의 전염병 퇴치 정책에 방해가 되고 있다면, 정부는 마땅히 단속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감옥에 가두어야 한다. 그때 당사자들이 이렇게 말하면 비상식이다. 

“정부는 우리 무속인들을 박해하지 말라!”

“정부는 우리 천주교를 무시하지 말라!”

“정부는 우리 기독교를 박해하지 말라!”

지금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이 전염병의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논쟁은 교회에 대한 정부와 다수 국민들의 감정과 정서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맞아 보인다. 정부가 교회를 핍박하려는 의도를 보인다기 보다 교회를 골치 아픈 집단이라는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러나 딱히 정부가 틀린 일을 한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나라의 기독교가 이미 이 민족의 사랑과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부자 세습, 프랜차이즈 기업 스타일 목회, 노래방 스타일, 무속 스타일, 비상식적인 정치 성향 ... 등으로 교회는 이제 이 민족의 신뢰와 사랑을 잃었다. 불행히도 교회가 건강한 사회와 미래를 위협하는 큰 영적인 종기로 인식되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과 정부 인물들에게 이런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혹자는 미국 정부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교회에 대해 일체 말을 하지 않고 아무 간섭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성경적인 정부와 교회의 관계라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의 그런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미국인의 정부와 교회의 관계 이해에 대한 오해이다. 필자가 이 분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사실은 이렇다. 미국은 영국 국교회 하나만 인정하고 후원하면서 다른 모든 종파들을 박해하고 괴롭혔던 영국이 싫어서 목숨 걸고 대서양을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 나라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정부와 교회(종교)의 관계가 칼빈의 사상과는 조금 다르게 정착되었다. 미국의 철학과 신학이 강조하는 정부와 교회의 관계의 핵심은 정부는 결코 특정 종교나 종파를 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리를 전하는 종교는 정부가 후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발한다!”

이것이 미국인들의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미국 정부와 헌법의 기본 정신은 모든 종교들과 종파들을 차별하지 않고 똑 같은 자격과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올바른 종교는 스스로 빛을 발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들자면, 복동부를 중심으로 정착한 회중파 청교도(회중교회)의 신앙이 진리이면 스스로 증거를 드러낼 것이고, 펜실바니아를 중심으로 정착한 궤이커 교도들의 신앙이 진리이면 그들 스스로 그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사고가 처음부터 자리하였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일반 상식과 사회의 윤리에 반하지 않으면 누구나 마음대로 자기의 종교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자신이 선택한 종교로 인해 정치, 경제, 교육의 차별을 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에서 정부와 교회(종교)의 관계의 핵심이다.

코로나 전염병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교회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오해이다. 정부는 교회의 예배와 신앙에 대해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0명 이상의 모임을 만들지 말고 참여하지 말라고 정부가 시민들에게 권고하면, 교회들은 전혀 반발하지 않고 그대로 순응한다. 실제로 그랬다. 전염병으로부터 전체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방침은 하나님의 교회가 지상에 계속 존속하면서 예배와 복음전도를 지속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또 다른 방식의 다스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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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