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좌)과 그의 부적절한 후계자 베자(우)
칼빈(좌)과 그의 부적절한 후계자 베자(우)

 

이 전에 살펴본 것처럼, 칼빈과 그 이전 종교개혁자들에게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이 주장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칼빈 이후의 종교개혁자들과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칼빈과 다른 칼빈주의’ 또는 ‘칼빈과 대립되는 칼빈주의’라고 표현되고 있는 종교개혁자들 사이의 신학의 불연속성 이슈가 사실이라면, 칭의에 관해 칼빈과 칼빈 이후 신학자들 사이의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Seo 2016, 100).

칼빈과 칼빈 이후 개혁자들 사이에 발생된 신학적 불연속성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Muller 2003, 63-88; Asselt et al. 1998, 128). 중세의 로마교회 신학을 지배했던 스콜라주의의 부활이 그 원인이라는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드려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철학적 방법으로 신학을 연구하는 것이 항상 모든 면에서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세의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을 루터와 칼빈이 매우 주의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Asselt et al. 1998, 110).

특히 칼빈은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시는 성령을 의존하지 않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방법론을 의존하여 교리를 형성시킨다는 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의 칼빈의 말을 통해 우리는 중세 로마교회의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이 성경과 성령의 역사를 떠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게 의존하여 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칼빈이 그것을 매우 심각하게 거부했음을 알 수 있다:

“But because nothing will be more effective to strengthen the faith of the pious than to have learned that the doctrine which we have put forward has been drawn from the pure Word of God, and rests upon its authority — I shall also make this plain with as much brevity as I can. Not Aristotle, but the Holy Spirit teaches that the body of Christ from the time of his resurrection was finite and is contained in heaven even to the Last Day” (Calvin 1998, 4.17.26)

“순결한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왔고 우리가 가르치는 교리들과 그 교리들의 성경적 권위를 의지하는 것보다 경건한 믿음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나는 이 사실을 내가 할 수있는 만큰 분명하게 강조할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라 성령께서 부활의 날로부터 그리스도의 인성의 몸은 유한하시고, 마지막 재림의 날까지 하늘에 거하신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십니다.”)

과연 칼빈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을 칼빈 이후의 개신교 신학자들이 발전시켰을까? 만일 칼빈 이후의 개신교 신학자들이 칼빈과 다른 칭의 신학을 발전시켰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칼빈 이후에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이 등장하게 된 것과 루터와 칼빈이 배척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철학적 방법론이 개신교 신학을 지배하게 된 것은 과연 서로 연관된 것일까? 이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칼빈 이후의 개신교 신학자들과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테오도르 베자
                                           테오도르 베자

 

테오도르 베자

베자 (Theodore Beza, 1519~1605)가 스위스 제네바로 가서 칼빈의 개혁운동에 합류한 때는 1558년이고 칼빈이 제네바 아카데미를 설립한 때는 1559년이다. 그리고 1564년 칼빈의 죽음 이후 베자는 제네바 아카데미의 학장이 되어 개혁운동 진영의 중심 인물이 되었다 (Asselt et al. 1998, 169). 그리고 이후 베자는 윌리엄 퍼킨스, 윌리엄 에임스 등의 초기 잉글랜드 청교도 운동의 선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Rah 2018, 59; Beeke & Mark 2012, 120). Kendall (1979), Bell (1986), Torrance (1984) 등은 베자의 신학이 퍼킨스 등에게 영향을 미침으로 훗날 칼빈의 신학과 청교도들이 작성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사이의 신학적 불연속성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Seo 2016, 100).
 

레담은 베자가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철학적 방법론, 다시 말해 스콜라주의를 종교개혁 신학 진영 속으로 도입한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Aristotelian philasophical methodology, dominant in the late medieval period, was introduced into Reformed Theolgy by Theodore Beza, who was Calvon’s Successor at Geneva, as well as by Zacharias Ursinus of Heidelberg and others” (Letham 2009, 101).

(중세시대 후반을 지배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철학적 방법론이 제네바의 칼빈의 후계자 데오도르 베자와 헤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의 저자 카리리아스 우르시누스와 다른 사람들을 통해 개혁파 신학 속으로 도입되었다.)
 

패커도 베자를 개혁주의 스콜라신학의 선두주자라고 평가하였다: “Beza saw Calvinism as a heritage of church doctrine to be preserved, and orthodoxy best thought through in Aristotelian categories and analyzed with Aristotelian detachment; thus he became the pioneer Reformed scholastic” (Packer 2019, 19).

(베자는 칼빈주의를 보존되어야 할 교회 교리의 유산으로 여겼고, 정통신앙이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범주 안에서 잘 설명되고 잘 분석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베자는 개혁파 스콜라주의의 선구자가 되었다.)

과연 칼빈의 후계자 베자는 칼빈과 다른 칭의 신학을 발전시켰을까? 이미 몇 학자들이 그리스도의 순종을 능동적-수동적 순종으로 분리하는 개념을 개혁파 신학 속으로 도입한 최초의 사람이 베자라고 지적하였다 (Boersma 1993, 220; Steinmetz 2001, 118; Shin 2016, 73).

베자는 1556년에 신약 성경 주석을 출판하였다. 베자는 로마서 5:18절,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리라”에 대한 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그리스도의 능동적-수동적 순종을 진술하였다:

“For by the remission of sins - that is, the satisfaction of Christ imputed - we are said to be justified, that is, the payment by means of that penalty so that we are acquitted guiltless; however, by the imputed obedience of Christ we are also declared righteous, in order that from that very formula of the Law we may ask for etemallife, as we take hold of Christ by faith, [since] he fulfilled all righteousness for us” (De Campos 2009, 90; Lee 2021)

(“왜냐하면 죄의 용서, 즉 우리에게 전가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께 드리신 만족에 의해, 우리는 의롭다고 선언되었는데, 다시 말하여 그리스도가 대신 형벌을 받으심으로 인해 우리는 무죄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전가된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인해 우리는 또한 의롭다고 선언되었고, 모든 것을 성취하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붙잡음으로서, 그리고 (율법을 행하는 자는 율법으로 산다는) 그 율법의 공식 안에서 우리는 영생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능동적-수동적 순종 개념이 베자를 통해 확실하게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베자가 그리스도께서 우리 대신 형벌을 받으심으로 죄의 용서가 이루어졌다고 말한 내용은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에 대한 말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순종이 전가되어 우리가 의롭다고 선언되었다는 내용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대한 말이다.

율법의 공식 안에서 영생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베자의 주장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신학을 주장하는 현대의 학자들의 이론과 같은 내용이다. 다시 말해, 아담이 영생을 위한 행위언약의 율법을 준수하는데 실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아담을 대신하여 율법준수에 성공하심으로 아담과 우리의 영생의 자격을 얻으셨다는 의미이다. 베자의 때에는 아직 행위언약 이론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율법을 영생의 수단으로 가르치는 행위언약과 그리스도께서 율법준수를 통해 행위언약을 완성한다는 개념이 베자에게 이미 선명하게 나타났다.

칼빈의 후계자 베자에게서부터 칼빈의 칭의 신학을 무너뜨리는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칼빈은 그리스도께서 성공하신 속죄 사역을 통해 우리에게 하나님의 의롭다하심이 주어졌다고 가르쳤다. 칭의는 율법과 무관하고 오직 죄에서 해방되어 하나님과 화해됨이라고 설명했다: "For this reason the apostle defines the redemption in Christ’s blood as “the forgiveness of sins” (Colossians 1:14). It is as if he were saying, 'We are justified or acquitted before God, because that blood corresponds to satisfaction for us'" (Calvin 1998, 2.17.5).

(이 때문에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구속은 곧 죄의 용서라고 정의합니다 (골 1:14). 다르게 말하자면, 그리스도의 속죄의 피가 우리를 위한 배상에 해당됨으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의로워지고 무죄하다고 선언됩니다.)

베자는 자신의 책 <질문들과 해답들> (Quaestiones et responsiones, 1570 and 1576)에서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의 전가와 능동적 순종의 전가를 구분하여 이렇게 설명하였다:

“율법 아래로 오셔서 모든 의를 성취하시고 우리 죄에 대한 마땅한 형벌을 지불하셨다. 사도는 이 둘을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하였다” (Lee 2021, 175).

“그러므로 당신은 말하기를,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된 것이, 즉 의로운 자로 인정되고 선언된 이유가 그리스도의 순종이 우리에게 전가되었기 때문인데, 이 순종이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즉 우리 죄에 대한 만족과 모든 율법의 의에 대한 완전한 완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답: 그렇다” (Lee 2021, 178).
 

 

이처럼 베자는 칭의의 원리를 그리스도의 두 종류의 순종, 다시 말해 모든 율법 조항들을 완전하게 지키시는 능동적 순종,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 우리가 받아야 할 죄에 대한 벌을 대신 받으신 수동적 순종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칼빈은 그리스도의 두 종류의 순종 사역이 우리를 의인으로 만들었다고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칼빈은 언제나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의 의이고,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죗값을 대신 갚으신 후 자신을 우리에게 연합시키심으로 우리가 하나님의 의롭다하심을 얻는다고 가르쳤다:

"You see that our righteousness is not in us but in Christ, that we possess it only because we are partakers in Christ; indeed, with him we possess all its riches. And this does not contradict what he teaches elsewhere, that sin has been condemned for sin in Christ’s flesh that the righteousness of the law might be fulfilled in us (Romans 8:3-4)" (Calvin 1998, 3.11.23).

(당신이 보시다시피, 우리의 의는 우리 속에 있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리스도에게 연합(참여)되었으므로 그 의를 소유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리스도 와 함께 그 풍성한 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울이 다른 곳에서, 그리스도의 육신에 죄를 정하심으로써 우리에게 율법의 의가 이루어졌다고(롬 8:3-4) 가르치는 것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살펴본 것처럼, 베자는 칼빈의 후계자였음에도 죄사함과 그로 말미암는 하나님과의 연합을 강조하는 칼빈의 종교개혁 칭의 신학을 훼손하였다. 베자가 가르치기 시작한 칭의를 구성하는 그리스도의 두 종류의 순종 사역, 다시 말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개념은 칼빈에게 없었던 신학 사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칼빈은 중세의 스콜라주의를 경계하였으나 베자는 스콜라주의를 종교개혁 신학 속으로 앞장서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패커는 칼빈의 후계자이었으나 개신교 스콜라주의 선구자가 된 베자의 신학이 칼빈의 신학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평가하였다 (Packer 201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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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Yo-Han. 2016. Legacies of The Puritans: Their History and Theological Idealism. Seoul: Grisim.

Muller, Richard A. 2003. After Calvin. (Title transliterated from Korean). Translated by Byung-Soo Han.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Asselt Wilem J., Piezier Theo J., Rouwendal Pieter L., Wisse Maarieen. 1998. Introduction to reformed Scholasticism. Translated by Byung-Soo Han.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Calvin, John. 1998. Institutes of Christian Religion. Edited by John T. McNeill. Translated by Ford L. Battles. Albany: Books for The Ages. https://media.sabda.org/alkitab-7/LIBRARY/CALVIN/CAL_BAT3.PDF.

Rah, Eun-Sung. 2018. The Church History Speaking: The Truth Patched. Seoul: Post Tenebras.

Beeke, Joel R. & Mark Jones. 2012. A Puritan Theology: Doctrine for Life. Grand Rapids: Reformation Heritage Books.

Kendall R. T. 1979. Calvin and the English Calvinism to 1648.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Bell Charles M. 1986. Calvin and Scottish Theology. Edinburgh: The Handsel Press.

Torrance J. B. 1984. “The Incarnation and Limited Atonement”, the Scottish Bulletin of Evangelical Theology. Edinburgh: Rutherford House.

Letham, Robert. 2009. The Westminster Assembly. New Jersey: R&P Publishing.

Packer, James. 2019. Arminianisms. https://www.onthewing.org/user/Arm_Arminianisms%20-%20Packer.pdf.

Boersma, Hans. 1993. A Hot Pepper Corn: Richard Baxter’s Doctrine of Justification in its Seventeenth-Century Context of Controversy. Uitgeverij Foekencentrum: Zoetermeer.

Steinmetz David C. 2001. Reformers in the Wings: From Geiler Von Kaysdersberg to Theodore Beza.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Shin, Ho-Sup. 2016. The Reformed Doctrine of Imputation. Seoul: Jipyung Seowon.

De Campos, Heber C. 2009. “Johannes Piscator(1546-1625) and The Consequent Development of The Doctrine of The Imputation of Christ’s Active Obedience”. Ph. D diss., Calvin Theological Seminary.

Lee, Nam-Gyu. 2021. “Christ's Obedience and Imputation of Righteousness: The Views of Early Orthodox.” in Christ's Obedience and Imputation of Righteousness: 33rd Jungam Theological Lectures, edited by Sang-Hyuk Ahn, Yung-Rae Lee, and Tae-Yung Won, 169235. Suwon: Hapdong Theological Seminary Alumni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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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