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데오도르 베자가 루터파 신학자 플라시우스(Flacious)의 책에서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능동적 순종-수동적 순종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배웠고, 그리고 베자에 의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이론이 개혁신학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Steinmetz 2001, 118; Shin 2016, 73). 베자가 루터파 신학자의 책에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을 배웠다고 하니, 독일의 개혁자 마르틴 루터 (Martin Luther, 1483~1546)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신학의 원조로 지목되기도 한다 (Kim 2022, 16).

루터는 갈라디아서 주석에서 자신의 칭의에 대한 신학을 피력하면서 두 종류의 의, 능동적 의’(activa iustitia)수동적 의’(passiva iustitia) 개념을 개진했다 (Luther 1883, 40/1,41,15-18; Woo 2018, 82). 루터는 사람의 행위와 관련된 의, 예를 들어 정치적 의, 의식적 의, 율법적 의, 행위의 의를 능동적 의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사람의 행위와 전혀 연관되지 않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의를 수동적 의라고 설명했다 (Luther 1883, 40/1,41,18-20; Woo 2018, 83). 루터가 말한 수동적 의는 죄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속죄의 효력이 적용됨으로 얻어지는 하나님의 의를 의미한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능동적 의를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uther 1883, 40/1,43,7-9; Woo 2018, 82).

루터의 능동적 의 개념은 하나님의 칭의의 원리를 설명하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이론과 아무 연관이 없다. 루터는 단지 칭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행위로 말미암는 의를 설명했을 뿐이다. 죄인들이 지키지 못한 율법을 그리스도가 대신 준수하심으로 얻으신 율법의 의로 죄인들에게 칭의를 주었다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루터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연상하게 만드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실제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루터와 그 시대의 신학자들에게 그리스도가 율법준수를 통해 얻으신 의를 죄인에게 전가하여 칭의를 주신다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 않으면 루터가 칭의에 관하여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용어를 사용하였을 리가 없다.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학자들에 의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이론의 근거로 주장되는 성경의 구절 로마서 10:4절에 대한 루터의 주석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다(10:4)를 아담이 자기의 구원을 위해 완전하게 실천했어야 할 율법 준수를 그리스도께서 대신 성공하신 것으로 해석한다 (Kim 2021, 91-92; Jeong Tae 2022, 363).

만일 루터도 롬 1:4,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다를 그리스도께서 모든 율법 조항들을 완전하게 실천하셨다고 해석했다면, 루터에게도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관한 다른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루터는 롬 10:4절을 통해 우리는 성경의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치고, 그리스도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말씀도 그리스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Luther 1961, 288).

왜 루터의 롬 10;4절 주석에서 그리스도가 완전한 율법준수를 의, 곧 우리의 영생의 자격을 대신 얻으셨다는 개념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구원에 대한 로마교회의 가르침을 부정하고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사도 바울의 구원 신학을 회복하는 것이 루터의 주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이론은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칭의가 주어지는 이유를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을 했던 16세기 후반의 신학자들에 의해 등장했기 때문이다 (Cunningham 1979, 404). 16세기 후반의 신학자들이 스콜라주의의 영향으로 그 일을 잘못하여 성경의 진리를 왜곡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중에 더 자세하게 연구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루터의 관련성을 연구하기 위해 갈 4:4,5절에 대한 루터의 주석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갈 4:4,5절을 성경적 근거로 주장하면서, 우리를 하나님의 아들되게 할 자격을 위해 그리스도께서 모든 율법을 다 완전하게 준수하였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FCKTS 2022).

그러나 루터는 율법의 지배를 받을 이유가 없는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죄인이 받아야 할 율법의 포악한 지배를 받으셨다는 뜻으로 갈 4:4,5절을 주석했다. 루터는 그리스도께서 율법 조항들을 지키셨다고 해석하지 않았고, 죄가 없으므로 율법의 지배를 받을 필요가 없으신 그리스도께서 죄 있는 사람들이 받아야 할 포악한 율법의 감금, 속박, 학정을 대신 당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율법이 더 이상 하나님 자녀들을 지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Luther 2020, 172).

이상으로 볼 때, 루터에게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 또는 그와 유사한 다른 표현의 신학 사상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 정이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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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mets, David C. 2001. Reformers in the Wings: From Geiler von Kaysdersberg to Theodore Beza.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Luther, Martin. 1883. D. Martin Luthers Werke: Kritische Gesammtausgabe. Weimar: Böhlau.

Luther, Martin. 2020. Luther on Galatians. Edited by Catherine Cone. Translated by Theodore Graebner. Missouri: Exegetica Publishing.

Luther, Martin. 1961. Lectures on Romans. Edited and translated by Wilhelm Pauck, Kentucky: The Westminster Press.

Woo, Byung-Hun. 2018.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Doctrines of Justification and Sactification in Juther’s Theology: Focusing on Luther’s Commentary om Galatians (1535).” Korea Reformed Journal vol. 46: 69-116. Seoul: The Society of Reformed Theology.

Cunningham, William. 1863. The Reformers and the Theology of the Reformation. Reprinted in 1979. Carlisle: The Banner of Truth Trust.

Faculty Committee of Korea Theological Seminary. 2022. “The Theological Position of the General Assembly (Koshin) on the Active Obedience of Jesus Christ.” Paper presented at the General Assembly(Koshin), Chunan, Korea, 19th Sep.

Shin, Ho-Sup. 2016. The Reformed Doctrine of Imputation. Seoul: Jipyung Seowon.

Kim, Jae-sung. 2021. The Active Obedience of Christ. Seoul: the Puritan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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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