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남 목사(한국개혁신학연구원 총무)

필자는 코리넬리스 프롱코의 도르트 신조 강해에 대한 책에서 상당 부분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 책에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회중교회 신학자인 프롱크가 아담에 대한 알미니안들의 신학을 언급한 내용이다.

"아담은 의로운 상태로 지음 받은 피조물이 아니며 오히려 무흠한 상태로 지음 받은 피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담은 선과 악의 중간 상태에 있었고 중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 

알미니안들이 하나님이 아담을 선과 악의 중간 상태로 창조했다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담의 상태에 대하여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능동적 순종을 주장하는 일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견해가 알미니우스의 사상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미니우스의 주장을 가진 항론파들의 견해에서 우리는 그들이 아담이 어떻게 의로워져야 하는지에 대하여 알 수 있다. 그것은 항론파(알미니우스)들의 주장이 담긴 “참되고 명백한 메시지”라고 하는 14개의 조항 가운데 7조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항론파는 ‘창조된 아담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율법의 요구를 이행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이러한 아담의 존재 상태에 대하여 능동순종을 지지하는 신학자들의 견해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뿐더러 그들의 신학배경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능동순종주의자들은 아담이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에 순종하지 못했고, 두 번째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율법을 순종하여 영생을 획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항론파(알미니우스)와 회중파 청교도들(웨민총회당시 회의에 참여하여 행위언약과 능동순종을 주장하였던 사람들)의 사상이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하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이미 알미니우스 신학에 영향을 영국국교회가 받아들였다고 하는 것을 빌렘 판 아셀트가 쓴 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빌렘 판 아셀트는 “정통주의 절정기의 스콜라주의 (1620-1700년대)”*라고 하는 글에서 ”독립교회 분파는 신학적인 면에서 개혁주의 성격을 보이고 있지만 완전한 교회 자치권을 주장했고 지정된 예전 사용을 거부했다. 그들은 점도 흠도 없는 진정한 신자들의 독립적인 회중교회를 지지하기 때문에 조합주의 혹은 회중주의 추종자로 불렸다. 가장 중요한 신학자는 존 오웬이다. 중략... 오웬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대학의 신학적인 분위기는 아르미니우스의 사상에 장악되어 있었다. 중략... 아르미니우스주의 사상은 국교도와 비국교도 모두에게 큰 영향력을 끼졌다. 프랑스 출신 신학자 아미랄두스의 영향력은 영국 내에서도 드리워져 있었다.

이러한 아르미니우스주의 사상과 아미랄두스의 사상은 소위 신율법주의 이론으로 수렴이 되었으며 이는 구원의 서정에서 율법과 복음의 올바른 관계성에 대한 것으로서 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 내에서 장기적인 논쟁을 촉발시킨 이론이다. 신율법주의 분파는 회심에 있어서 율법의 예비적인 역할을 강조했고 칭의의 근원을 믿음에 두었다. 이들과 달리, 반율법주의 분파(이는 이들의 대적들이 부당하게 부여한 명칭이다)는 칭의의 근원을 그리스도 예수의 전가된 의에 두었다. 신율법주의 사조의 대표적인 인물은 리차드 백스터다. 중략... 윌리엄 트위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프라네커 대학의 교수직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다. 트위스는 다른 개혁파 학자들이 로마 카톨릭 및 아르미니우스주의 추종자로 의심했던 윌리엄 로드 대주교의 친구였다. 1643년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자신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트위스를 의장으로 위촉했다.3)

이러한 역사적인 연결 고리가 알미니우스와 회중파 청교도들에게 있다는 것을 부인하면 안 된다. 능동순종과 회심준비는 칼빈주의 신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도르트 총회에서 이미 거부되고 인정받지 못한 알미니우스지지자들의 사상이라고 하는 것을 총회는 결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일부 신학자들과 어리석은 목사들이 이러한 비성경적인 사상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관속에 있는 알미니우스의 사상을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보충적으로 설명하자면 알미니우스(항론파)는 아담은 의롭게 창조된 자가 아니고 중간적인 입장에서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하는 것을 주장한다. 결국 알미니우스는 죄인의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을 믿는 것을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데 이것은 아담의 존재 상태에 대한 알미니우스의 일관된 사상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담은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여 의를 이룰 수 있었는데 자신이 악을 선택하여 죽음에 이르렀다고 보고 제2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세의 율법을 모두 순종하여 율법이 주는 의를 획득하였다고 하는 것과 연관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회중파 청교도들은 엄격한 율법주의 신앙을 추구하며 그들 스스로 점과 흠이 없는 교인들을 만들어 구원에 이르게 하는 신앙을 추구하였다는 것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인간의 회심에 있어서 율법의 예비적 단계를 통해 인간이 죄인인 것을 깨달으면 그때 복음이 역사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율법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자들(신율법주의자들)과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을 주장하는 자들(반율법주의 자들이라고 매도 당한 자들) 사이에 신학적인 논쟁이 치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신학 논쟁이다.

최근 우리 합동 교단의 신학부에서 공청회라고 하는 자리를 만들어 능동순종과 회심준비론이 정통개혁주의 신학이라고 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 개혁교회의 유산과 전통을 전혀 모르고 일방적인 발표회를 통해 순순한 진리의 장을 정치적인 자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우리 교단의 신학부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학부 총무라고 하는 자는 예배를 마치는 축도에서 통합교단의 축도 용어를 “있기를 축원합니다” 사용하여 물의를 일으켰고 나중에 자신이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몰라서 그렇게 축도하였다고 사과했는데 제정신이 아니고서 그런 행동과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신학부 발표회 당시 총신의 교수라고 하는 자가 회심준비론에 대하여 옹호하면서 “율법과 복음”으로 하나님께서 구원하신다고 하는 망언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방청하고 있었던 목사님들 누구도 그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도르트 총회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중생시키고 회심시키는 것은 오직 복음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설교자의 설교를 통해 역사하신다고 가르치고 있다. 회심(중생)은 오직 성령의 사역이며 복음 외에 그 어떤 방식으로 회심, 중생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물론 하나님은 다양한 방식으로 택자들을 부르신다. 그러나 부름 받은 자들은 결국 복음을 통해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백성 됨, 언약 백성으로의 삶을 살기 위해 율법을 사랑하고 순종하는 것이다.

회중파는 죄인이 회심하는 과정에 율법의 예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오늘날까지 이것을 강조하는 신학자들과 일부 목사들이 있으며, 아담이 율법을 지켜 의로워지며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아르미니우스의 사상을 여전히 추종하고 있다.

우리 칼빈주의 신학은 율법이 칭의의 근원이 아니며 죄인을 중생시키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아주 분명한 가르침을 하고 있다. 이것을 도르트 총회에 참석한 모든 믿음의 선진들이 분명하게 그리고 빛나게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 코리넬리스 프롱크. 도르트신조 강해. 219.

2) "아르미니우스주의 논쟁의 확대경으로서의 ‘캄펀 사례(Kampen case)’에 관한 연구". 홍주현의 아펠도른 신학교 교회사 박사학위의 논문 10p. 1차 자료를 볼 수 있다.

3) 개혁신학과 스콜라주의. 한병수 역. 부흥과 개혁사. 227-230p.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바른믿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진남 목사는 임진남 목사는 총신신대원(M.Div)에서 공부한 합동교단 소속 목회자이다. 2012년에 김제예본교회를 개척하여 담임하고 있고, 칼빈주의 개혁교회를 이루기 위해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와 종교개혁의 위대한 유산인 신앙고백서들 가지고 성도들을 온전하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혁신학 연구에 특별한 관심과 소명이 있어 서철원 박사와 함께 신학연구 모임을 진행하는 ‘한국개혁신학연구원’의 총무로 섬기고 있고, 저서로는 설교집 <다니엘이 증거한 복음>, <엘리야가 증거한 복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