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자님이 <독자마당>에 '십자가만'이라는 닉으로 "마패만이 살길이다"라는 제목으로 올리신 글입니다. 해학적인 풍자가 뛰어나고, 의미하는 바가 깊고 많아 더 많은 분들이 읽도록 제목을 바꾸어 메인 화면으로 옮겼습니다. 바른믿음 운영자)
 

“암행어사 출두요!”

어디서 방망이를 든 건장한 사람들이 변 사또 앞에서 무릎이 꿇려 있는 이몽룡 주변을 둘러싼다. 거짓 행색의 이몽룡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는 품에서 마패를 꺼내 들고 변 사또에게 보여 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임금님이 보내신 암행어사요”라고 아무리 외쳤어도 끄떡도 하지 않던 변 사또는, 마패를 보자마자 새파랗게 질려서 벌벌 떨며 이몽룡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때 옆에서 이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이몽룡의 부하 김 포졸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깊은 시름에 잠긴다. 얼마 후, 김 포졸은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외치기 시작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거지 옷을 입고 전국을 암행하시는 어사또님을 따라다녔는데,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고생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깨달았습니다. 왜 내가 그 동안 고생만 했는가를 말입니다. 거지 행색의 어사또는 아무런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 어사또를 따라다녔으니 허송세월을 할 수밖에요.

그러나 지난번 암행어사 출두 때 깨달았습니다. 거지 어사또가 그의 품에서 마패를 꺼냈을 때, 변 사또와 그의 부하들이 마패를 보자마자 벌벌 떨며, 그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마패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단 말입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거지꼴의 어사또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변 사또에게도 꼼짝을 못했잖아요. 그런데 변 사또는 마패 앞에서는 꼼짝을 못했어요.

그래요. 거지꼴의 어사또는 한계가 있어요. 아무런 힘이 없어요. 변 사또가 꼼짝 못한 마패가 능력이예요. 마패만이 살 길입니다. 왜냐하면 마패를 보아야, 이몽룡이 어사또인 것을 믿을 수 있고, 임금님이 하신 다른 어명들도 믿을 수 있게 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살고들 싶으면, 이 마패를 사십시오. 마패만이 살 길입니다. 마패만이 복음입니다!”

이제 김 포졸은 거지 옷을 입고 전국을 떠도는 어사또를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는다. 그는 지금 혼자서 시장 통에 가게를 차려놓고 마패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가게 벽에다 마패의 품질을 보증하는, 옥새가 찍혀있는 임금님의 글도 붙여 놓았다. 김 포졸은 오늘도 힘차게 외친다. “마패만이 살 길입니다. 임금님도 제 말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옥새가 찍혀 있는 이 글을 보십시오. 틀림없지 않습니까?”

김포졸의 예상대로 가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패를 사려고 몰려들었다. 멀리 부산에서도 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김 포졸은 더 큰 가게를 마련했다. 이제는 전국을 돌면서 마패 세미나를 열 정도로 김 포졸은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더구나 김 포졸에게 마패를 산 자들까지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그것을 선전할 정도니, 김 포졸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보고 성공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가게는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 포졸을 중심으로 림 포졸, 이 포졸이, 김 포졸의 가게 벽에 붙여 놓은 임금님의 글은 옥새를 위조한 가짜이며, 마패도 가짜라는 상소문을 임금님께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김 포졸과 친하고,자기를 따르는 8,000-10,000명의 사병이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이 대감이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거짓말을 동원하면서까지 정 포졸을 모함하고 있지만, 임금님은 곧 포도청을 통해 김 포졸의 가게에 폐쇄 명령을 내릴 것이다. 왜냐하면, 정 포졸이 중심이 되어 올린 상소문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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