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에 ‘웨스트민스터 쥐약’이라는 말이 갑자기 나타나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이철 목사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후 웨신서)의 태초에 아담과 하나님 사이에 있었다고 기술되는 행위언약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기사 속에서 나타났다.

웨신서의 행위언약은 하나님이 아담을 완전한 자기 백성으로,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비롯한 하나님의 모든 사랑과 은혜를 모두 받아서 누리는 상태의 사람으로 창조했음을 부정하는 내용이다. 

웨신서의 행위언약은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실 때, 아담의 마음 속에다 영원한 생명과 아담에게 하나님 백성되는 자격을 부여하는 율법, 즉 훗날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십계명을 미리 기록하여 주셨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아담은 십계명을 지키는 노력을 통해 영원한 생명과 하나님 백성의 자격을 스스로 취득하도록 하나님이 설계하셨고, 그리고 아담이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십계명 율법과 함께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행위언약 이론을 믿는 사람들은 처음 아담은 임시적인 생명, 즉 스스로의 노력으로 영생을 얻지 못하면 저절로 죽어야 하는 시한부 생명으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담은 자신의 마음에 기록되어진 십계명 율법을 스스로 완전하게 지킴으로 영생을 얻어야 하는 시험기간 안에서 창조되었다고 한다. 벌코프 등의 전통적 신학자들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 특히 바빙크는 태초의 아담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나님은 타락 전에 맺어진 첫 번째 언약 안에서 인간에게 완전한 순종을 요구하셨고, 이 명령을 완전하게 성취한 후에 비로소 영생과 하늘의 구원을 주시리라 약속하셨습니다” (헤르만 바빙크, 찬송의 제사(박재은 역), 26).

바빙크가 처음의 아담이 마음에 기록되어진 십계명 율법을 완전하게 지켰으면, 그의 몸과 생명이 하늘의 생명과 몸, 즉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와 생명의 상태로 변화되었을 것이라고 이해했음을 알 수 있다.

바빙크의 이해는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부활의 몸은 죄로 인해 이미 죽음에 종속된 우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즉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으로 죽음에 잡힌 우리를 재창조하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된 하나님의 특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아담이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고 즐거이 섬겼다면, 처음의 그 상태에서 지금까지 행복을 누리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는 하나님을 대리하는 피조물들의 왕으로, 인류와 만물이 하나님을 경배하도록 인도하는 제사장으로, 오고 오는 세대들에게 하나님 경배하는 법을 가르치는 선지자로 지금까지 살면서 사역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의 부활의 몸과 하늘의 영생은 아담의 반역죄로 인류가 죽음의 법칙에 떨어졌으므로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살리기 위해 하나님 자신이 성육신하시어 이루어 내신 속죄사역의 결과이다.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피로 죽은 우리를 재창조하심의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의 속죄와 부활로 우리는 처음 창조 때 주어진 생명보다 더 영광스러운 생명으로 영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 아담이 자기 마음에 기록된 십계명을 지켜 그리스도의 부활의 몸과 하늘의 생명 상태로 스스로 도약하도록 하나님이 의도하신 것은 전혀 아니다. 하나님께서 인류의 죄를 그리스도의 속죄와 부활로 치유하신 것이지, 아담이 율법을 지키는 노력으로 하늘의 생명으로 도약했어야 했고, 그가 실패하니 그리스도가 대신 성공하신 것으로 말하는 것은 성경을 왜곡하는 추론이다. 

개혁교회가 잘못된 행위언약을 주장하고 가르치게 됨으로 구원을 주시는 그리스도는 필연적으로 행위언약의 성취자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그리스도가 아담 대신 율법을 지켜서 얻으신 율법의 의로 우리를 의인되게 했다는 능동적 순종 교리가 나타났다. 또한 행위언약과 그리스도의 능동순종 구도를 따라 구원을 얻게하는 회심준비론, 즉 사람을 먼저 율법 앞에 세워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에 알고 절망하고 죄책감에 빠지게 한 후 모든 율법을 대신 지키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시해야 한다는 더욱 비성경적인 이론도 나타났다. 웨신서의 행위언약은 이처럼 심각한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99% 좋은 밥과 1%의 독으로 쥐를 잡는 쥐약처럼, 잘못된 행위언약이 있으므로 전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나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사람들이 주목하게 하려고, ‘쥐약’이라는 과격한 용어를 사용했다.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웨신서에 대해 주목하였다.  
 

12
정이철 목사 / 바른믿음 대표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서 본인의 '쥐약'이라는 말로 인해 상심한 모든 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 다시는 그런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기쁜 소식을 전한다. 이미 웨신서의 행위언약 이론 속에 기독교 신앙을 왜곡하는 요소가 있으므로 합동 총회가 공청회를 열어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합동 목회자 50명의 웨신서 행위언약의 타당성에 대한 교단 차원의 공청회 요청 성명서” (바른믿음, 12/23/22년)

합동의 현역 담임목사 50여 명이 연대하여 웨신서의 행위언약 이론에 심각한 신앙왜곡 요소가 있으니, 교단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함으로 많은 합동의 목회자들이 웨신서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2023년 봄 노회에서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최소 2개의 노회가 웨신서의 행위언약 이론에 대해 재고하고, 내용 수정을 위해 교단 차원의 공개토론회를 열어달라는 내용의 헌의를 결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웨신서의 행위언약 이론이 성경과 칼빈의 종교개혁 신학에서 벗어나고, 종교개혁 교회를 다시 율법주의로 회귀시키는 심각한 내용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은 그 동안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교단 총회에 이러한 내용의 헌의를 올리는 일은 지난 수백년 동안 유럽, 미국, 아시아를 막론하여 처음있는 일이다.

미국의 신학을 무비판적으로 수입하는데 급급했던 한국 교회가 이제 독자적인 신학을 사고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바른믿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