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정이철 목사님, 저는 칼빈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이라는 용어도, 그런 개념도 몰랐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칼빈에게 능동적 순종 개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지고 오는 칼빈의 말들을 보면 전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능동순종에 대한 고신 교수님들의 보고서를 보면, 칼빈의 기독교강요에는 능동순종 개념이 없으나 칼빈의 다른 책들 속에는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다음의 이 내용입니다.

 

“... 이와 같은 주장은 주로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만 의존하고 있다. 칼빈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독교 강요뿐만 아니라 그가 남긴 엄청난 주석도 참고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그의 설교문이나 신학논문도 살펴야 한다” (능동순종에 대한 고신 교수회의 보고서).

고신 교수님들의 연구에 의하면, 칼빈의 기독교강요에는 능동적 순종 개념이 나오지 않을지라도 칼빈의 주석들 속에는 능동순종 개념을 지지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합니다. 정이철 목사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증거를 통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은 칼빈의 신학과는 무관합니다. 칼빈의 신학에서 이것이 유래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1800년대의 장로교 신학을 대표하는 윌리엄 커닝햄도 능동적 순종 개념을 주장했으나, 그것이 칼빈의 신학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라고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우리의 죄 용서의 근거가 되는 수동적 의 개념과 우리가 하나님께로 받아들여지는 능동적 의 개념은 칼빈의 책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칭의 교리의 뒤를 따르는 더 섬세하고 구체적인 사색으로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한 구분이 지극히 합당한 신앙적 유추라고 믿었고, 명확하고 분명한 개념 형성을 돕기 위해 유용할 수 있었다” (Cunningham 1979, 404).

그러면 칼빈의 기독교강요에는 능동적 순종 개념이 나오지 않아도 칼빈의 다른 성경 주석들 속에는 나온다는 주장의 사실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신호섭 교수의 학위논문을 한글로 출판한 <개혁주의 전가교리>를 보면 칼빈의 성경 주석들 속에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이 나온다고 주장되어 있습니다.

신호섭 교수는 다음의 칼빈의 로마서 5:19절 주석을 인용하면서 칼빈이 그리스도의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것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아버지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우리를 위한 한 의를 생산하셨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이것으로부터 의가 그리스도 안에 본질로서 존재하는데 바로 이 그리스도의 본질로 속한 의가 우리에게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신호섭 2016, 68).

신호섭 교수가 칼빈의 이 말을 칼빈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본 근거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한 한 의를 생산’하셨다고 칼빈이 말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그리스도가 모세의 율법 조항들을 지켜서 영생의 의를 얻었다고 칼빈이 말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의 칼빈의 이 말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사상을 완전히 부정하는 말입니다.

“의가 그리스도 안에 본질로서 존재하는데 바로 이 그리스도의 본질로 속한 의가 우리에게로 전가”

의가 그리스도 안에 본질로서 존재하였다는 것은 거룩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자신의 거룩하심을 그대로 가지시는 방법 안에서 사람이 되시었다는 것을 함축하는 말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창조주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믿는 자들에게 전가되었다는 뜻입니다. 결코 그리스도가 율법을 지키시어 자기에게 없는 율법의 의를 생산하시었고, 그것으로 우리에게 영생을 주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호섭 교수는 칼빈의 고전 1:30절에 대한 주석도 왜곡하여 칼빈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교리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왜곡하였습니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한 한 의가 되셨다고 말한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의를 위하여 자신의 죽음과 순종을 우리에게 전가해 주심으로써 우리 죄를 속하셨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우리가 하나님께 용인되었음을 의미한다. 믿음의 의는 죄의 사면과 무조건적인 받아주심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두 가지를 모두 받는다” (칼빈의 고전 1:30절 주석, 신호섭 2016, 70).

칼빈의 ‘그리스도께서 의를 위하여 자신의 죽음과 순종을 우리에게 전가해 주심’이라는 내용은 마치 칼빈도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죽음과 율법에 대한 순종의 공로로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칼빈의 그 다음의 말, “믿음의 의는 죄의 사면과 무조건적인 받아주심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두 가지를 모두 받는다”라는 말은 우리가 죄용서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말미암아 칭의를 얻는다는 확실한 내용입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죄용서 된 우리에게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가 자기를 우리에게 연합시키심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창조주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우리의 거룩인 것처럼 만들어 칭의가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에게 전가된 그리스도의 의는 그리스도의 하나님으로서의 본질적인 의이지, 결코 그리스도가 율법을 지켜서 얻으신 의가 아닙니다.

칼빈에게 능동적 순종 개념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칼빈의 다른 성경 주석 등을 읽지 않고 말하는 성급한 사람들이라고 말한 고신 교수님들은 근거없이 용기가 많은 분들 같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사기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참고문헌>

신호섭. 2016. 개혁주의 전가교리. 서울: 지평서원.

Cunningham, William. 1979. The Reformers and the Theology of the Reformatiom. Carlisle: The Banner of Truth 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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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