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영이신 하나님, 창조주 하나님만이 가지신 고유성 혹은 특성을 속성이라고 이름한다. 하나님도 존재자이므로 하나님으로서의 특성을 가지신다. 하나님만이 하나님으로서 갖는 고유성이 속성이다. 하나님은 무한한 영이시고 절대적 인격이시므로 피조물들과 속성을 나누어 가지실 수 없다.

하나님의 고유성은 그의 존재와 구분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은 일치한다. 하나님의 특성들이 모여 하나님의 존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속성이 하나님의 존재자체이다. 둘은 구분되기는 하나 분리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여러 속성으로 나타난 것은 유한한 능력을 가진 피조물이 바르고 합당하게 깨닫지 못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나님의 고유성을 통상 전유적 속성 혹은 절대적 속성과 유비적 속성으로 나눈다. 전통적으로 비공유적 속성과 공유적 속성으로 나누는 것은 합당한 분류가 아니다. 하나님에게 있는 한 다 절대적 속성이고 전유석 속성이다. 공유적 속성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에게만 있는 속성이 피조물에게도 유비적으로 나타난 것이지 하나님의 속성을 피조물이 나누어 갖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결코 공유적이 아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자기의 형상으로 지으셨으므로 하나님만이 가지시는 고유성이 피조수준에서 유비적으로 나타난 것뿐이다. 하나님의 속성이 피조물에게 통보된 것이 아니다. 단지 유비적으로만 그렇게 이해될 뿐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고유성은 전유적 속성 (attributa propria)과 유비적 속성 (attributa analogica)으로 나눔이 합당하다. 하나님은 그의 속성대로 계신다. 곧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이 일치한다. 하나님이 그의 고유성대로 계시지 않는다면 하나님이실 수 없다. 하나님은 불변이시므로 그의 존재와 고유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고유성이 하나님 자신이시다. 곧 둘은 언제든지 같고 하나이다. 단지 하나님이 행동하시면서 사람에게 나타내시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의 이해수준 때문에 그렇게 이해될 뿐이다.
 

제1절 전유적 속성 (Proprietates Dei essentiales)

하나님은 무한한 영이시므로 무한한 영으로서 갖는 속성을 전유적 속성이라고 한다. 전유지 속성으로 자존성 (aseitas), 단순성 (simplicitas), 무한성 (infinitas), 불변성 (immutabilitas)을 말한다.

3.1.1. 자존성 (aseitas)

하나님은 무한한 영이시므로 스스로 계신다. 하나님 자신이 하나님의 존재 원인이시다. 자기 스스로 계시고 자기로 말미암아 존재하신다. 무한한 영이신 하나님은 스스로 계시므로 필연적 존재이시다. 다른 존재에 의존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계시므로 필연적인 존재이고 영원한 존재이시다.

하나님 자신 외에는 아무런 존재 원인이 있을 수 없으므로 자존하신다. 스스로 계시고 자기 자신으로만 계신다. 

3.1.2. 단순성 (simplicitas)과 유일성 (singularitas)

피조물들은 다 상반되는 본성들로 혼합되어 존재한다. 영적인 요소와 물질적인 요소를 함께 갖고 있다. 피조된 영들도 영이지만 변할 수 있고 변하므로 단순하다고 할 수 없다. 하나님은 전적으로 영이시다. 피조물들이 갖는 다른 요소들과 상반된 본성을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순수한 영이신 하나님은그 순수성 혹은 단순성 때문에 유일한 존재이시다. 자기와 대등하거나 유사한 존재를 자기 옆에 가지실 수 없다. 따라서 하나님의 단순성에서 유일성이 귀결한다. 오직 하나님 한분만이 계신다. 하나님은 유일한 무한한 영이시다.
 

 

3.1.3. 무한성 (infinitas)

하나님은 지혜와 경륜과 권능과 본성이 무한하시다. 하나님은 무한하시므로 그 존재의 시작이 없고 끝도 없다. 이런 존재는 필연적이다. 다른 존재물들은 유한하므로 우연적이다. 곧 하나님의 창조로 존재하게 되었다. 존재하여도 그 존재의 존속을 늘 창조주로부터 허락받아 산다.

하나님의 존재는 영원하다. 그의 존재는 시작이 없고 끝이 없어서 언제나 계신다. 언제나 계시고 처음부터 계신다. 그 처음은 시작이 없는 처음이다. 하나님 자신이 시작이시다. 이런 하나님의 존재방식을 영원하다 (aeternus) 이름한다.

하나님은 그 존재가 무한하시다 (infinitus), 어디에도 한정할 수가없다. 영이시므로 어떤 공간이나 사물들에 의해서 한정될 수도 없다. 어디에도 계시고 계시지 않는 곳이 없다. 하나님은 무한한 영이시므로 그 존재방식이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제한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영원부터 계시므로 무한한 존재방식을 가지셔서 한곳에 계시면서도 모든 곳에 동시에 계신다. 이 존재방식을 편재 (omnipraesentia)라고 한다. 편재는 사물들의 존재를 전제한다. 그래서 공간적인 무한을 편재로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곳이 없고 계시지 않는 때가 없으므로 편재를 사물들의 존재 이전에는 거대성 (immensitas)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거대성은 비교개념을 포함하므로 편재라고 해야 합당하다. 편재는 사물들의 존재와 공간적인 존재방식도 전제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존재방식은 편재라고 함이 더 온당한 표식이다. 하나님은 지혜와 지식이 무한하시다. 하나님은 지혜와 지식이 무한하시므로 창조를 작정하실 때 단번에 모든 사물들을 다 정하셨다. 그 성질과 존재방식과 진행방식을 다 정하셨다. 단번에 모든 것을 작정하셔서 창조하셨다. 그리고 창조하신 것을 운행하는 섭리도 단번에 다 작정하셨다. 지금까지 하나님의 지혜의 작정을 따라 만물이 운행한다.

영들도 헤아릴 수 없게 많이 창조하셨다. 그 영들을 다 개체로 작정하시고 창조하셨다. 천사들과 영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지 못한다. 범죄하여 타락한 천사들을 사람으로 보충한다는 의견이 중세에 널리 성한 것을 보면, 천사들과 영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의 천군과 천사들이 다 하나님의 무한하신 지혜의 작정을 따라 단번에 다 창조되었다. 창조주간 첫날 첫 순간에 모든 영적 존재들이 창조되었다. 그 수는 천 천이고 만 만임이틀림없다.

천사들과 천군과 영들은 하나님을 직접 섬기고 찬양하기 위해서 창조되었다. 하나님의 엄위의 보좌를 지키는 직임도 천사들과 천군들이 맡았다. 하나님은 권능이 무한하다. 무한한 권능을 가지셨으므로 창조주 하나님은 수고 없는 창조를 이루셨다. 하나님은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후 붙드시고 운행하신다. 창조를 운행하시고 보존하시는 일에도 아무런 수고 없이 일하신다. 그의 뜻대로 모든 것을 집행하시고 진행하신다. 이런 일은 창조주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

창조에 버금가는 일이 창조를 운행하는 일이다. 이것을 통상 하나님의 섭리 (攝理)라고 한다. 만물을 붙들어 그 본성대로 보존되게 하는 일에도 하나님의 무한한 지혜가 아니면 안 된다. 하나님은 무한한 영이시므로 그 존재를 사물과 비길 수 없고 물질적인 사물로 헤아리거나 잴 수도 없다.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그 존재를 한곳에 국한할 수도 없다. 한 곳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만나면 모든 곳에서 동시에 같은 하나님을 만난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의 존재는 무한하시다.

3.1.4. 불변성 (不變性, immutabilitas)

하나님은 그 존재가 불변이시다. 하나님 자신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계시고 자기 자신으로 말미암아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영원토록 자기 동일자로 계신다. 따라서 하나님은 그의 존재에 변이나 변경이나 달라짐이나 변환이나 계기적 (繼起的)인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지식과 경륜과 작정이 불변이시다. 하나님의 존재와 지식과 경륜과 작정이 변한다면 하나님이실 수 없다.

하나님의 존재는 사물들의 외연(外延)이 연장되어 있는 것처럼 무한히 연장되어 있는 방식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그의 존재의 무한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 하나님의 존재가 불변이시므로 하나님의 지식도 불변이다. 그의 지식은 자기 자신과 모든 만물의 지식을 포함한다.

하나님의 지식은 존재와 일치해서 지식이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 자신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지식도 전혀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지식이 존재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모든 피조물들의 지식은 자기지식과 사물지식이 늘어나고 줄어든다. 그래서 그들의 지식은 그 존재처럼 변한다.

하나님의 사물지식은 사물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고 하나님 자신의 작정에서 나온다. 하나님의 작정대로 사물들이 이루어졌으므로 하나님의 사물지식이 사물들에게서 나올 필요가 전혀 없다. 하나님의 사물지식은 전적으로 하나님 자신의 작정에서 나온다.

하나님은 창조작정과 함께 창조경륜을 가지셨다. 하나님의 창조경륜은 하나님이 자기의 백성을 조성하셔서 그 가운데 기하시며 찬양과 경배를 받으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 경륜을 역사의 굽고 비틀어짐에도 한 가지로 가지시어 그 경륜을 기어이 이루어내신다.

하나님이 한번 정하신 경륜은 변할 수가 없다. 언제나 동일하고 한결같아서 기어이 이루어내신다. 하나님의 경륜이 불변하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반드시 이루어내신다. 하나님은 자기의 작정을 변하거나 고치지 않으시므로 처음 작정대로 모든 일을 다 이루신다. 하나님은 작정하신 대로 창조를 이루시고 창조의 운행도 다 이루어내신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작정대로 이루어지므로 창조세계에 순수 우연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작정을 떠나서는 스스로 일어나는 일이 없다. 하나님의 작정은 사람을 향해서는 미쁘심으로 나타난다. 사람의 배반과 변덕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사람을 향하여 정하신 작정을 변함없이 이루어내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미쁘심이다 (하나님론, 54-6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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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