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원 교수의 '개혁주의와 장로교회'(3회)

서철원박사(전 총신신대원장)

하나님은 모든 일을 주권적으로 하신다. 하나님 홀로 창조사역을 하셨다. 무한한 지혜와 권능으로 작정대로 모든 창조를 하나님 단독으로 이루셨다. 유대교에서 말하는 천사들로 물질세계를 만드셨다는 이론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는 성립할 수가 없다.

또 하나님은 구원사역도 홀로 이루셨다. 하나님은 첫 인류의 범죄 당시부터 구원 작정을 알리셨다. 그리고 그 작정대로 인류를 회복하여 다시 자기의 백성으로 삼으시기 위해서 객관적인 구원을 온전히 성취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객관적인 구원만 주권적으로 이루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구원을 적용하여 실제로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것도 주권적으로 하신다. 사람이 자격을 갖추므로 사람이 구원을 내 것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범죄한 인간들은 결코 구원에 합당한 자격을 갖출 수가 없다. 아무리 고행을 하고 선행을 하여도 그리고 참회를 많이 하여도 구원을 내 것으로 삼을 자격을 갖출 수가 없다.

하나님은 구원을 선물로 주신다. 하나님이 기뻐하셔서 구원을 거저 주신다. 은혜의 주권성의 강조가 개혁신학에서 많이 진행되었다. 은혜의 주권성의 강조는 하나님의 예정 곧 선택교리로 발전하였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으로만 구원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택하심을 입은 자들은 반드시 구원에 이르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칼빈의 가르침은 타락전 선택설로 이해될 부분이 많다. 죄와 무관하게 사람은 선택되었고 그렇게 선택된 사람들은 구원에 이른다. 이런 주장과 가르침 때문에 알미니우스와 그 후의 신학자들이 복음 선포와 연관해서 구원을 말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선택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과 별 상관없이 또 복음 선포와 무관하게 그 작정 때문에 구원받도록 정해졌음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 중보자의 의가 영원에서 택자들에게 전가되었다는 주장에까지 나아갔다. 이런 주장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속사역을 별로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그런데도 아브라함 카위퍼는 예정교리에 집착해서 영원에서 중보자의 의의 전가라는 가르침이 어떤 결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할 수 없었다.

1618년 돌트에 모인 개혁파총회는 알미니안 5개조에 대항해서 칼빈주의 5개 조항을 작성하였다. 알미니안 5개 조항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다는 것 때문에 정죄되었다. 무조건적 선택교리는 성경적인 가르침을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복음을 믿어 구원얻도록 선택하였음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였다.

한국에 복음이 들어올 때는 나라의 기운이 다 기울었다. 다 알다시피 안동 김씨 김조순이 1802년 딸을 순조의 왕비로 주고서 권력을 완전 장악하여 세도정치를 60년 간 진행하였다. 이들은 국고를 자기들의 호주머니로 부어넣었고 자기 지방으로 대거 이동시켰다. 국고가 비므로 더 이상 정상적인 국사가 진행될 수 없었다. 나라에 민란이 많이 일어나고 도둑들이 성하였다. 나라가 지탱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에 대원군이 집권하여 안동김씨의 세도는 중단시켰다. 그 후에는 서로 권력 장악을 위해서 혈투를 전개하였다. 나라의 장래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복음이 들어 온지 30년도 지나지 않아 나라가 일본에 합병되었고 국민들은 노예로 전락하였다. 친일 매국노 세력은 일본에 굴종적으로 봉사하여 부와 권력을 누렸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매일의 삶도 연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36년의 모진 고난을 딛고 나라가 광복하였다. 그러나 광복 후에도 가난은 쉽게 벗을 수가 없었다.

이런 극난한 삶에서 장로교회가 전하고 가르치는 예정교리는 백성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비록 가난하고 천대받는 상황에 처했더라도 하나님은 나를 택하셨다는 믿음은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비록 현생에서는 어렵게 살더라도 택함 받은 나는 하나님 나라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영생과 영광을 누리고 살게 될 것이란 소망이 어려운 백성들을 붙들었다.

그리스도인들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믿음과 확신은 더욱 확대되어 한국민이 선택된 민족이란 생각이 널리 퍼져나갔다. 그래서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열두지파 가운데 단지파의 소속이라는 믿음이 크게 번져갔다. 선택교리 혹은 예정교리가 고난 받는 한국민들을 크게 위로하고 힘이 되었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선택교리는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공급하였다.

선택교리를 가르치는 장로교회가 한국에서 크게 번성하고 번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교리의 가르침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리하여 예정교리가 더욱 강하게 가르쳐졌다. 그러나 예정교리는 많은 혼란과 혼동을 가져왔다.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죄와 무관하게 구원얻을 사람들을 선택하셨다는 믿음이 더욱 깊이 자리 잡았다.

 

선택받은 자는 반드시 복음을 믿어 구원에 이름

죄와 상관없이 선택 혹은 예정을 전제하면 복음을 믿는 믿음 없이도 구원에 이른다는 귀결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예정 혹은 선택된 사람들은 무조건 구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죄와 무관하게 하나님이 예정하셨다는 설정이 문제이다. 절대 주권을 가지신 하나님이 죄와 무관하게 선택하셨다고 가르쳤다. 칼빈의 글은 그렇게 전개하고 있다. 칼빈은 죄는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선택을 말한다.

선택교리는 죄 때문에 발생하였다. 죄로 다 죽게 되었는데 죄에도 불구하고 죄와 죽음에서 구원얻을 사람들을 하나님이 선택하시고 예정하셨다. 죄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선택교리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 편에서는 아무런 조건이나 자격과 무관하게 구원에 이르도록 하나님이 선택하셨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 자체로 구원얻는 것이 아니고 복음을 믿어서 구원에 이르도록 선택하심을 말한다.

선택된 사람은 어떻든 구원받는다는 생각은 개혁교회에서 WCC 운동을 널리 퍼지게 하였다. 그래서인지 WCC 조직을 할 때 개혁교회의 지도자들이 대거 가담하였다. 특히 화란의 개혁파 지도자들이 WCC 조직에 앞장섰다. 그리고 WCC의 신학은 종교다원주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였다. 선택교리를 무조건적인 구원으로의 작정으로 이해하면 안 될 것이다. 복음을 믿어 구원에 이르도록 작정하심으로 이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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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