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e Murashima
CRC 교단이 운영하는 칼빈신학교 전경

고신, 합신, 총신 교수들 가운데 미국 칼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 출신들이 많다. 관련된 분들에게 불편하겠으나, 한국의 장로교단 신학교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대해 주기를 바란다. 

미국과 카나다를 배경으로 하는 CRC라고 교단이 있는데, 정식 명칭은 Christian Reformed Church in North America이고, 칼빈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미시간(Michigan) 주의 그랜드 래피드(Grand Rapid)라는 작고 아름다운 도시에 본부를 두고 있다. 현재 약 120여개의 한인 교회들도 소속하여 있다. 필자도 미국에서 가입하였으므로 그 내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CRC에 대해 매우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와 관련된 일들 외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RC는 일찍 종교개혁 신학이 정착된 화란에서 이민 온 백인들이 세운 교단이다. CRC에서 만났던 그 백인 목회자들의 친절함, 소수 인종에 대한 배려,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 목회자들의 재교육과 발전을 위한 정책, 작고 어려운 교회들에 대한 후원 등의 사역을 통해 배우는 점들이 많았다. 

만일 성경과 개혁신학이 중요하지 않다면 그리고 신학과 신앙과 목회가 성경과 개혁신학을 따를 필요가 없다면, 나는 결코 CRC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과 개혁신학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CRC 목회자로 살았을 것이다.
 

로마교회와의 세례협정문

CRC 교단은 2013년 1월 미국 Texas 주 Austin에서 PCUSA 등의 미국의 다른 몇 교단들과 함께 로마교회와 세례협정문을 체결했다. 정확한 명칭은 “상호세례인정에 관한 공동협정”(Common Agreement on Mutual Recognition of Baptism)이다. 로마교회와 CRC와 다른 미국의 몇 주류 교단들이 상호간의 세례에 대한 신학적 입장과 신앙이 같으므로 서로의 세례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었다. 

그 일은 CRC와 칼빈신학교가 성경의 가르침과 칼빈의 종교개혁 신학을 버리고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로마교회에서 영세(세례)는 사람의 원죄를 제거하고 의로움을 주입하는 수단이다. 로마교회는 영세를 받지 않는 것과 구원받지 못하는 것을 동일시한다. 

그러나 성경은 세례를 받지 못하는 것과 구원받지 못하는 것을 일치시키지 않는다. 세례는 믿음으로 의로워진 신자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공표하고 지상 교회에 가입하는 의식이다. 그리스도를 믿었으나 세례받지 못하고 죽었을지라도 그 사람이 천국에 가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CRC가 로마교회와 세례협정문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지 세례 신학 하나의 오류가 아니다. 영세는 로마교회 신학과 신앙의 배꼽의 위치에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영세 신학이 주교들과 교황의 권세를 강화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1960년대 이후의 로마교회

1960년대의 제2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로마교회는 타종교인들을 ‘모습이 다른 그리스도인’으로 규정하였고, 심지어 무슬림을 ‘같은 하나님을 흠숭하는 사람들'로 규정하였다. 그리스도의 속죄와 무관하게 선한 인간성으로 구원을 받는 거짓 신앙의 길을 연 것이다. 

1960년대 이후 로마교회는 더 이상 과거의 칼빈이나 아브라함 카이퍼가 알고 상대했던 로마교회가 아니다. CRC가 PCUSA등과 함께 로마교회와 세례협정문을 체결하였다는 것은 성경과 종교개혁 신학에 근거하고 있는 기독교의 바탕을 흔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2014년 2월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노회에 제출함으로 CRC를 탈퇴하였다.

"We are a small church with only 17 professing members, but it is not the number or the size of a church which determines a true church. We believe that the most important element which makes a true church is a genuine faith in Jesus Christ. In order for our church to remain as a true church, whether we lose our membership or close our doors due to the lack of finance, we became convicted that what needs our urgent attention is to leave the CRC, which is running down the unbiblical path. I wish that you would understand our decision and seek your blessing."

(저희 교회는 작은 교회이지만, 사람의 숫자나 재정의 많음이 참 교회되게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믿음이 참 교회되게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희 교회가 참 교회로 남기 위해, 이후에 사람이 줄어들고 재정이 없어져서 교회의 문을 닫게 되더라도 지금 해야 할 시급한 일 중의 하나는 비성경적인 길로 치닫는 CRC 교단을 탈퇴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희들의 결정을 이해하여 주시고 축복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4년 2윌 16일)


로마교회와 신앙합의하는 개신교단

1999년부터 로마교회는 루터교, 감리교, 그리고 '세계개혁교회연맹'(The 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 등의 기독교 교단들과 단체들과 순차적으로 신앙합의문을 만들어냈다. 양측이 오직 믿음으로 칭의를 얻는다는 내용에 합의를 보았다는 내용이 그 속에 들어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로마교회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평가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로마교회가 믿음으로 칭의를 얻는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이 선택하고 준비한 믿음을 근거로 로마교회가 영세가 시행하여 원죄를 제거하고 의롭게하는 은총을 주입함으로 사람을 실질적으로 의롭게 만든다는 신학을 전제하는 말이다. 그것을 짧게 믿음으로 칭의를 얻는다고 하니 로마교회가 이전과 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로마교회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릇된 영세신학을 포기한 적이 없다. 로마교회와 개신교회들의 신앙합의문 작성은 종교개혁자들의 무덤을 짖밟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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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개혁교회연맹'의 대표가 천주교와의 신앙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2017년 7월)

'북미개혁-장로교회협회'로부터 퇴출된 CRC

CRC가 로마교회와 세례협정문을 체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CRC가 운영하는 칼빈신학원 출신들의 신학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CRC는 1977년 11월 미국과 카나다의 개혁-장로교회 연합체로부터 퇴출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CRC가 이 단체의 창설 멤버였음에도 그리되었다는 것이다.

1975년 CRC와 PCA 등 미국과 카나다의 개혁-장로교단들이 함께 'NAPARC'(흔히 ‘네이팍’이라고 함)을 설립했다. 정식 명칭은 ‘The North American Presbyterian and Reformed Council’이다. 이 단체의 정관을 읽어보지 않았으나 아마도 힘을 합하여 칼빈과 종교개혁 신학을 지켜가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CRC가 개혁신학에 배치되는 여성안수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래서 이 단체는 1997년 11월 CRC의 회원권을 박탈하였다.  CRC 대표의 표로 여겨지는 단 하나의 반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표들이 CRC의 회원권 박탈에 찬성하는 표들이었다. 여성안수와 개혁신학이 얼마나 심각하게 상충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칼빈신학교 M.Div 출신들은 'NAPARC'의 회원 개혁-장로교단의 목회자로 청빙되지 못한다. 이전에는 칼빈신학교의 M.Div 졸업 사실을 확인하여 목회자로 청빙했으나, 이후로는 다시 자기 교단의 교육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합동 출신 목회자들이 많은 미주의 KAPC(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도 이전과 달리 칼빈신학교 M.Div 출신을 그냥 청빙하지 않고 재교육하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지금 합동 속에서, 특히 '교회갱신협의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여성안수 제도 도입을 의미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합동이 개혁신학의 길로 가야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많고 동시에 여성안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면, 언젠가 합동이 분열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가 미국 칼빈 출신들이 총신 교수 임용 과정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들이 더 있다. CRC가 로마교회와 세례협정문 체결 이후 그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WCC에 대해 CRC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WCC를 찬성하지 않으므로 올바른 것 같으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다. 칼빈의 종교개혁 신학을 계승하는 자세라고 할 수가 없다. 로마교회와 세례협정문을 체결하는 CRC에게서 로마교회와 다양한 모습으로 협력하는 WCC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합동에서 크게 논란되고 있는 WEA에 대해서도 CRC는 결콘 분명한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칼빈대학 최초의 커밍아웃 동성애자 학생회장 등장

최근 더욱 더 심각한 일이 CRC 속에서 발생했다. CRC가 운영하는 칼빈대학교(Calvin University)에서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여학생 Clare Murashima가 학생회장이 되었다. 학생회장이 되기 전에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했는지, 이후에 고백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학생회장이 된 후 그 여학생은 스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한 언론('Chimes'라는 신문)에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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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사람이 Clare Murashima

“I’m proud to be Calvin’s first openly gay student body president, but it hasn’t always been easy to be queer at Calvin or to be open with my story. I didn’t want to be the cause of controversy at Calvin or in my church. An elder at my church back home was advised not to attend his queer daughter’s wedding. Although the church should not have done this in the first place, I didn’t want to cause issues for my parents in the place they love to worship.”

(저는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칼빈대학의 최초의 학생회장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칼빈대학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고 동성애자인 나의 사정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칼빈대학과 제가 속한 교회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고향 교회의 한 장로님은 사람들로부터 동성애자인 그의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교회가 처음부터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았어야 했으나, 저는 부모님이 예배하는 교회에서 그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My hope in saying all of this is that Calvin will have more conversations about how we include our LGBTQ students and how we can advocate for more LGBTQ representation in all areas of campus. We’ve made much progress as an institution and a country, but I want us to consider the toll that our lack of representation has on our students. It is my prayer that we will be bold as we lead our university and our denomination into the future. I’m honored to be Calvin’s first openly gay student body president–and will continue to represent your opinions at the tables where decisions are being made.”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칼빈대학이 동성애자들을 포용하려고 더 많이 대화하고 캠퍼스의 여러 분야에 동성애자들이 리더쉽을 가지도록 도와 달라는 것입니다. 많은 진보가 일어났으나 아직도 학생들 가운데서 동성애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동성애자들이 칼빈대학과 교단(CRC)을 미래를 향하여 담대하게 이끌어 갈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칼빈대학의 공개고백한 최초의 동성애자 학생회장이 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중요한 일들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동성애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것입니다.)

미국 미시간 주의 칼빈신학교를 운영하는 CRC 교단의 신학과 신앙이 최근 수 십년 동안 급격하게 변하였다. 그런데 합동은 과거의 CRC와 칼빈신학교의 신학과 상황만 기억한다. 1960년대 이전의 로마교회와 이후의 로마교회가 같은 종교이나 여러 부분에서 다른 종교인 것을 인식하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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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