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남서호 박사의 상담심리 코너

 

위선, 이 말의 희랍어 '휘포크리시스'는 단순히 연극에서 어떤 배역을 맡는 것 또는 배우가 쓴 가면을 가리켰다. 따라서 이 말은 자기의 얼굴처럼 다른 얼굴을 자기의 것으로서 가장 하는 것, 본래의 마음과 생각을 숨기고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위선적이라는 말은 도덕적, 종교적인 사람에게 사용되는 것이지 범죄자나 죄인들에게는 잘 붙여지지는 않는다.

예수께서는 종종 바리새인들에게 위선자라고 공격하셨는데, 이는 그들이 단순히 선을 흉내 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리새인들은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일반인들과는 달리 토라의 세부 규정에 따라 먹고 마시며 생활하려는 자들이요, 의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그들이 자기들의 신에 대하여 독선적으로 확신하고 토라를 지킬 수 없었던 낮은 계층에 비해 스스로를 의로운 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라카는 그 범위가 너무 넓고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다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바리새인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열심으로 인해서 토라가 만들어진 정신 곧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실천하는 대신에 정해진 규정들을 지키기에 분주한 삶을 살았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신학대전'에서 말하기를 위선에는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였다. 위선은 그것이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일치되지 않는 한 치명적인 것이며,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인정치 않으려는 위선은 악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칭찬을 받기 위한 허영에 찬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치명적인 위선은 성결을 갖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성결하게 보이려는 데만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것이다.

종교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위선적이라고 비치기 쉽다. 그들은 비 신앙인들에 비해 선을 행할 의무가 있고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자들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완전한 성결의 삶을 이룩할 수 없는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성화의 길을 걸으며 그것을 자기의 공적으로 자랑하지 않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 됨의 약속을 포기함으로써 선한 신앙을 깨뜨리는 불경한 자, 쭉정이와 부패한 지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다.

그들의 선한 행위, 기도와 금식과 구제 등이 세속적 목적, 곧 성직자의 지위나 재화를 얻기 위한 것, 사람의 찬사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위일 경우 때로 그가 실천하겠다고 하고서도 이행치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위선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위선이라는 경계선은 아주 모호하다. 그래서 어렵다.

미국의 소설가 노만 메일러는 문장력이 있는 어느 사형수를 동정하여 무진 애를 써서 그를 형무소에서 보석으로 끌어내어 자기의 휴머니티를 과시했지만 사형수가 곧 별것도 아닌 승강이로 또 사람을 죽이자 그는 당황했다. 사형수의 인권과 피살자의 생명을 놓고 그 책임을 물었을 때 그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간성이란 어쩔 수 없이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그 모순당착을 안타깝게 여기며 사는지 모른다. 동물만화를 볼 때 쥐와 고양이를 다루는 만화에서 인간은 절대적으로 쥐의 편을 들고 있다. 쥐의 한을 대신 풀어주기나 하려는 듯이 만화속의 고양이를 호되게 후려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인간은 고양이를 좋은 먹이로 키워 열심히 쥐를 잡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쥐를 잡는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낱알을 축내는 쥐나 부엌을 어지럽히는 쥐는 미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화에서 쥐에 보내는 동정과 실생활에서 쥐에게 보내는 증오와 혐오의 감정과의 모순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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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호 목사는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 원장(대표, Ph.D)이며, 총신 신대원, 고려대학교 대학원, Liberty University, Ashland University, Bethany University(Ph.D)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