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열병에 대한 불안감 확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Fever)은 치사율 100%에 육박하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다. 바이러스성 질별의 치료나 예방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바이러스의 경우 유전자 변형이 잦아 백신(예방약)이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ASF는 주로 감염된 돼지의 눈물, 침, 분변과 같은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되며, 돼지 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된다. 잠복 기간은 약 4일에서 19일로 알려져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ASF 발생 시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하고,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시 중단되도록 조치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시작된 ASF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어 문제다. 2018년 9월 11일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안후이성 퉁링시의 한 돼지 농가에서 ASF 확진 사례가 추가로 나왔으며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최근 북한도 발생 사실을 알려 우리 당국을 긴장 시키고 있다.

지난 6월 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 접경지역인 강원 철원군에 있는 양돈농장과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방문해 비무장지대(DMZ) 남쪽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즉시 사살하라 군에 주문했다. 정부의 조치는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멧돼지를 통해 남한으로 전파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생태계만 해칠 뿐 큰 효과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덜 익은 삼겹살 소동

수년전 국내 모 TV 프로그램은 『덜 익은 삼겹살, 대뇌 낭미충이 기생해 간질발작 위험』을 통해 40대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이상증상을 보이는 충격적인 방송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원인이 평소 덜 익은 삼겹살을 자주 먹다 '낭미충'에 감염된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보도하여 큰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즉각 1989년 이후 돼지의 낭미충 감염사례를 발견한 바 없으며, 또한, 한국학술정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문헌 조사한 바 최근에 국내 돼지에서 낭미충 감염사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서둘러 이 파문을 봉합한 적이 있다. 최근, 국내 돼지에서 낭미충 감염이 발생된 사례가 없고, 아울러 도축장에서 HACCP제도에 의한 철저한 도축검사를 시행하고 있어 국내 돼지고기에 의해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돼지고기를 통한 감염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각 시·도 도축장에 도축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고, 돼지고기 섭취 시 잘 익혀서(내부온도 77℃) 먹을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토록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돼지 낭미충은 사람에서는 갈고리촌충(유구조충, Taenia solium Linnaeus)이라고 부르는 데, 소장에 기생하고 사람이 종 숙주(宿主, Hostcell)이며, 돼지는 사람분변을 통해 감염하여 중간숙주로서 역할을 하고, 돼지에서는 유구낭미충(Cysticercus cellulosae)이라 부른다. 사람은 돼지 근육 속의 유구낭미충을 먹게 되면 감염되나 사람이 사람 내에 기생하고 있는 갈고리촌충의 충란을 먹게 되어 감염 될 경우는 사람 세포가 중간 숙주(host cell) 역할을 하게 되어 유구낭미충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이 이 돼지 촌충 알을 섭취하면 성체 대신에 포낭이 인체 내부에 발생하고 간질양 발작, 두통, 시력상실, 부분마비 등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은 10-12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선모충 트리키넬라 스피랄리스(Trichinella Spiralis)에 의해 발생하는 선모충병(旋毛蟲病)이 있다. 사람이 이 유충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으면 각각의 유충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소화액에 의해 용해되고 유충은 장벽에 붙게 된다. 그곳에서 장을 뚫고 혈관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암컷은 혈관이나 림프액 속에 직접 알을 낳는다. 따라서 위생 처리 되지 못한 야생의 오염된 멧돼지 등의 섭취는 조심해야 한다.

​성경 속 돼지(레 11:8)

성경은 돼지를 그리 좋게 묘사하지 않고 있다. 특별히 레위기 11장은 돼지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로되 새김질을 못하므로 너희에게 부정하니 이 고기를 먹지도 말고 그 주검도 만지지 말라고 명하고 있다(레 11장 7, 8절). 이슬람의 꾸란에서도 돼지는 기피 음식이다.

성경에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첫째 10계명이요, 둘째 제사법(Ceremonial laws), 셋째 사회법이다. 이 중 10계명은 불변의 법으로 지금도 지켜야 될 법이요 제사법은 그리스도의 속죄를 표상(상징)하는 법이므로 지금은 폐기되었다. 즉 그 의미는 잊지 말되 제사법을 지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돼지를 부정하게 묘사하는 법은 바로 세번째 사회법이다. 이 법은 출애굽한 이후 광야 생활을 하며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야 할 이스라엘 민족에게 모세를 통해 내리신 법이었다. 이 법은 폐기된 법은 아니나 10계명처럼 지금도 반드시 지켜야 되는 법은 아니다. 그 정신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당시 하나님께서 왜 이런 법을 내리셨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도 안식일 날 밀을 먹은 제자들의 행위에 대해 진설병을 먹은 다윗과 그 수하들의 행위와 비교해 강론하시면서 "규례"를 범한 자신의 제자들의 행동을 책망치 않으신 취지를 설명하신 적이 있다.

​성경 문자주의자들(근본주의자들)의 문제점

하지만 오늘날도 이 법들을 문자적으로 지키고 음식도 문자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먹고 부정한 음식은 금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무지한 사람들이 일부 있다. 그런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본래 구약을 믿는 유대인들은 하나님께 드린 제물만 육식으로 취할 수 있었다. 그런 음식 수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희생 제사는 이미 없어졌으니까? 그럼 대충 성경이 먹을 수 있다고 허락한 음식은 자율적으로 먹으면 될까? 그렇지 않다. 도살은 하나님과 도살 되는 생명체에 대한 모독 행위이다. 반드시 '셰히타'라는 도살의식을 거쳐야 한다. 또 젖과 고기도 함께 삶으면 안 되므로(출 23:19) 햄버거, 피자 등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문자적으로 규례를 지키는 근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 율법은 인간이 죄인임을 깨닫게 할 뿐이다. 율법을 준수해서 율법의 저주에서 속량 받을 수 있는 길은 애시당초 없는 것이다.

먹기에 합당한 음식을 유대인들은 '코셔'라고 한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이나 쓸 수 없는 그릇은 '트라이프'라고 한다. 필자의 딸이 이스라엘 키부츠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그곳 몇몇 공동체 식당에서 봉사한 적이 있는 데, 지금도 유대인 어르신들은 꼼꼼하게 '코셔'법에 맞는 음식만 찾는 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늘 없는 고등어나 오징어, 조개도 먹지 말아야 하고, 형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으면 형수(兄嫂)를 아내로 맞아야 하는 형수 취수제를 따라야 하는 데 정말 그런 일을 성경 문자 그대로 어떻게 실천 하겠는가? 아마 지금 그렇게 했다간 기독교는 반사회적 패륜 종교라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독교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거나 추방할 것이다. 그리고 복음의 문은 닫힐 것이다.
 


성경은 왜 돼지를 금했을까?

출애굽 이후 돼지가 부정한 동물로 규정된 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아마 당시 상황과 관련하여 돼지가 가나안 이방 제사의 희생 제물이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돼지는 가나안, 아람, 구브로(키프로스;Cyprus), 바벨론 등에서 신성시하던 동물이었다. 가나안에 입성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동물을 사육하다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방 민족과 돼지를 금전적으로 거래하게 되고 결국은 이방 제사의 습성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었다.

둘째 위생상 이유다. 돼지는 바이러스 전염에 취약한 동물일 뿐 아니라 기생충 감염의 중간 숙주요 통로다. 지금도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하기 어려워 소동이 자주 일어나는 데, 위생 관리에 철저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 가운데서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의한 집단 감염은 공동체 위생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신앙을 차치하고라도 위생 관념도 부족하고 냉장 시설이 없던 출애굽 당시 육체적 정결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이것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비위생적으로 처리하든가 죽은 사체를 잘못 다루거나 섭취했다가는 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더구나 돼지가 주변 민족들의 우상숭배 제사의 도구가 되어 있는 마당에 돼지는 당연히 부정한 짐승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혹시 위생상의 이유가 돼지의 불결한 습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고대로부터 있어왔는 데 중세의 랍비이자 의학자였던 마이모니데스(Moses Maimonides, 1135-1204)는 “돼지고기를 율법으로 금하는 주요한 이유에 대해 돼지의 습성과 먹이가 더럽고 혐오스럽다는 데 있다”고 했다. 돼지가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썩은 배설물, 죽은 사체를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라는 데서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취급하였다. 하지만 사실 돼지는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돼지가 불결한 동물로 취급당한 것에는 그 생김새와 더불어 인간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돼지를 사육하였기 때문이다. 사료가 부족한 상태서 심지어 인간의 배설물까지 섭취하게 된 것은 돼지의 본성적 습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넷째 가축으로서의 돼지의 효용성 문제이다. 다른 가축들과 달리 돼지는 우유의 공급원이 되는 동물도 아니요 농사일에도 쓰임새가 없었다. 가죽도 별로 인류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동물이 아니었다. 또한 돼지는 주로 들판의 풀과 나뭇잎, 지푸라기 등을 먹는 소나 양과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과 달리 잡식성이라 옥수수, 감자, 콩 등 사람이 먹는 곡식도 축내는 동물이었다. 광야를 유랑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적합한 가축이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걸 맞는 가축은 더더욱 아니었다.

돼지, 지금도 먹지 말아야 할까?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다. 위생적으로 처리된 돼지고기는 아무런 염려가 없다. 노아 홍수 이후 육류 섭취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법 안에 돼지고기를 금하지 않으셨듯이 지금은 섭취 자체가 죄는 아니며 섭취 자체에 제한이 없다. 다만 모든 육류 과식은 성인병에 위험하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돼지고기뿐 아니라 모든 육류, 어패류 등은 날로 섭취하는 경우 위생에 각별히 조심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덕영 박사(조직신학)/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식품제조가공 기사(품질관리 기사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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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신학자다. 강남대, 개신대학원, 건양대, 명지대, 서울신(예장 합동), 서울기독대학원, 백석대와 백석대학원, 피어선총신, 한세대신대원에서 가르쳤고, 안양대 겸임교수, 에일린신학연구원 신대원장을 역임했다. <과학으로 푸는 창조의 비밀>’(전 한동대총장 김영길 박사 공저), <기독교와 과학> 등 30여 권의 역저서를 발행했고, 다양한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한다.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을 비축하고 있는 인터넷 신학연구소'(www.kictnet.net)을 운영하며, 현재 참기쁜교회의 담임목사이며 김천대, 평택대의 겸임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