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연합(공동대표 이병휘·이흥선 목사)이 총신대학교 제 2종합관 카펠라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2017년 2월 23일 복음주의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서철원 박사(전 총신대학교 신대원장)는 ‘종교개혁과 칭의’, 이흥선 목사(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 실천목회연구과정 교수)는 ‘복음의 핵심, 부활인가 십자가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독일의 튀빙겐 대학이 선정한 ‘20세기 대표 신학자 100인’에 포함된 서철원 박사는 첫 번째 강연에서 종교개혁의 이신칭의를 공격하는 이론들 몇 가지를 지목했다. 종교개혁 당시 로마교회의 경우 예수 믿음으로 구원얻는다는 것 외에 행함을 더해 구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편만해 있었다고 한다. 믿음만으로는 구원을 얻지 못하니 거기에 선행, 구제와 고행 등을 더해서 의롭게 된다는 것이었다.

중세신학은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가 정립했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철학이 담긴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외우다시피할 정도로 천재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윤리학에 담긴 ‘정의’에 대해 서 박사는 “어떤 공동체가 있다 치자. 그 공동체에서 자기가 받을 몫보다 많이 가져가면 불의, 적게 갖는 것도 부당한 것이라고 정리했다”며 “‘받을만한 자격에 의해 바르게 분배하는 게 정의다’라는 아리스토 텔레스의 정의에 대한 가르침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철학적 영향을 따라 아퀴나스 또한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돌리는 것’을 ‘의’라고 해석했고 이 사상은 신학대전에 반복적으로 밝혔다는 것이 서 박사의 해석이다. 이 개념에 의하면 구원받을만한 사람의 ‘의’도 의로움을 받을만한 합당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구원의 의를 받으려면 사람도 그에 합당한 ‘몫’을 감당해야 한다. 기본 가르침은 예수 믿는 것은 시작점일 뿐, 그 믿음을 선행으로 활성화할 때라야 그 믿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이다.

개혁신학은 이런 ‘믿음+선행=구원’이라는 중세시대의 가르침에 반기를 들었다. 범죄한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 사람이 되셔서 십자가에서 죄 값을 지불하시고, 그것을 믿는 자는 죄 값을 지불한 것으로 보고 의롭다고 선언해주심으로 의로워진다고 가르쳤다는 설명이다. 어거스틴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지만 그것조차 은혜로 된다”는 개념을 가졌다고 한다. 서 박사는 “믿음을 구원의 조건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은혜가 오는 통로다”라고 정리했다.

서철원 박사에 따르면 어거스틴은 물론 루터도 하나님이 사람을 의롭다, 죄 없다고 선언하신 것은 법정적 의로서 사람은 아무 행위를 한 것 없이 단지 믿는다는 고백 때문에 죄를 용서하신다고 봤다. 죄를 용서하시면 죄 없는 거 같이 된다. 서 박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오직 믿음뿐이다”며 자격과 의 때문에 영생 얻을 만한 자격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냥 믿었기 때문에 의롭다고 해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철원 박사는 “종교개혁은 ‘이신칭의’, 이걸 붙들면 교회가 교회로 서고, 이걸 수정하거나 배척하면 교회가 교회로 설 수 없다고 했다”며 “지금 우리가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에 이른다는 것을 다른 소리로 수정하거나 바꾸거나 추가하면 그건 이단이 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런 기준으로 서철원 박사는 한국교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바울의 새관점’과 ‘유보적 칭의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했다.

“예수에 대한 믿음 외에 율법 준수를 더해야 한다는 게 새관점, 예수 믿음으로 종말적 의에 이르는 게 아니라, 칭의라는 것은 심판 날에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는 게 유보적 칭의론이다. 안식교인들이 왜 불안한가? 그건 조사심판이라는 사람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 심사하고 그 결과를 보고 의롭다고 하기 전까지는 구원을 받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 아닌가?”

서철원 박사는 예수 믿을 때 의롭다는 선언이 종말적 선언이며, 그 믿음 때문에 천국 문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시험을 다시 통과할 필요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행함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게 성경의 가르침이다. 예수 믿음에 사랑의 선행을 해야 완전 구원에 이른다는 말씀을 나는 아직 못 찾았다. 아무 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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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