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년경 리용 교회를 담임했던 이레네우스 주교는 그의 저서 《이단 반박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이단을 전수하는 자들의 관점을 게시하고...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어리석고 진실과 어긋나는지를 보이고자 한다...이 책을 읽은 자들은..,지인들이 그러한 광기와 그리스도에 대한 불경의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하라.”

이레네우스가 이단을 반박하기 위해 사용한 책들 중 진리복음서와 요한외경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4세기 이후 기독교가 공식 종교로 인정되면서 이단으로 탄핵 받은 서적의 소유는 범죄 행위로 간주되었고 그러한 서적은 불태워졌다. 이 기독교는 ‘그노시스파(영지주의)’라고 불린다. 이는 보통 “지식”이라 번역되는 그리스어 그노시스에서 유래했다. 궁극적 현실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agnostic, 즉, 불가지론자라 하고, 반대로 이를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앎”이란 뜻의 gnostic, 즉, 영지주의자라 한다. 그러나 그노시스는 이성적 지식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관찰 혹은 경힘을 통해 터득한 지식을 이야기 한다. 즉, “통찰”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노시스는 자기 자신을 알면 곧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140-160년경 소아시아에서 활동했던 영지주의자 테오도투스에 따르면 영지주의자들은,

“우리가 누구였고, 무엇이 되었으며, 어디에 있고...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무엇으로부터 풀려나고 있으며, 탄생이란 무엇이고 갱생이란 무엇인지를 깨달은 사람이다.”

다른 영지주의자였던 모노이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신이라든가 창조, 그 비슷한 문제들에 관한 연구는 그만두도록 하라. 네 자신을 출발점으로 삼아 신을 찾으라. 네 안에서 모든 것을 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의 신, 나의 마음, 나의 생각, 나의 영혼, 나의 몸’이라 말하는 자가 누구인지 깨달으라. 슬픔, 기쁨, 사랑, 증오의 원천이 무엇인지 깨달으라...이러한 문제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나면 너는 바로 네 안에서 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그함마디에서 마호메트 알리가 발견한 영지주의 문서는 대부분 구약 성경을 언급하고 있으며, 바울이 쓴 갖가지 서신 및 복음서를 언급하기도 하였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이름도 나온다. 그러나 정통 기독교와는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첫째, 정통파 기독교인들은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신은 인간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다. 그러나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복음서의 저자들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지식은 곧 신에 대한 지식이며, 자아와 창조주는 동일하다.

둘째, 정통 기독교의 예수는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오신 메시아로서 죄의 회개를 촉구하는 분이시다. 하지만 영지주의자들의 예수는 보다 깊은 영적 지식에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분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너희의 스승이 아니다. 너희가 마셨기에 너희는 내가 나누어준 솟아오르는 생물로 인해 취해 버렸다...내 입으로부터 받아 마시는 자는 나와 같이 될 것이다. 내가 그가 되고, 감추어진 것들이 그 앞에 드러나게 되리라.” 신과 인간의 일치, 환상과 깨달음에 대한 전착, 구세주가 아닌 영적 안내자로서의 조물주 등과 같은 내용은 성경적 사상보다는 동양 사상에 더 가까워 보인다. 도마복음서 속의 예수는 사실 ‘부처’로 이름만 바꾸어 넣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인간 속에 하나님이 내재한다고 가르치는 거짓 기독교로 출발한 영지주의는 죽은 고대의 종교가 아니고 지금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짓 복음이다. 사진은 대표적인 영지주의 거짓 복음서이고 이단서적인 <도마복음>의 내용을 미화하는 오강남 교수의 책

초대교회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의 기독교는 단순하였고 순수했다. 사도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돈과 재산을 공유하였다. 모두 한 가지 교리를 믿었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모두 사도를 경외하였다. 그러한 황금시대가 종말을 고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신속하게 마감되었다. 곧 갈등이 빚어지고 이단이 등장하였다. 2세기 교회에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도마복음, 빌립복음, 진리복음서를 비롯하여 예수님의 제자들이 썼다는 갖가지 비서들이 공존하게 되었다.

초창기 기독교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게 되었고 수많은 교사들이 저마다 “그리스도의 참된 진리”를 가르친다고 주장하게 되면서 서로 사기꾼이라며 헐뜯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 시기에 가장 먼저 등장한 이단이 바로 ‘영지주의’이다. 가장 초기에 등장했다는 것은 모든 이단의 뿌리이며, 강력한 것이며, 근본적인 것이며, 그러므로 가장 위협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내용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문헌은 적지 않은 부분이 명백히 기독교적이다. 그러나 일부 내용은 기독교의 영향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 않았으며, 극히 일부는 이교에서 유래한 내용도 있다. 사실 명백히 이단적이며 이교적인 것은 위험하지 많다. 하지만 영지주의는 오랫동안 역사 속에 은밀히 존재해 왔다. 그렇기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영지주의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19세기 이전까지는 책으로 출간된 적도 없었다. 영지주의 문헌은 1769년 제임스 브루스라는 한 스코틀랜드 관광객이 남부 이집트의 테베(오늘의 룩소르) 근처를 방문했다가 콥트어 필사본을 구입하면서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필사본은 1892년에 가서야 출간되었으며,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주고받은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영지주의 문헌에서는 고통과 고난, 죽음이 인간의 죄에서 기인하였다는 점을 의심한다. 완벽히 창조된 세계를 인간 스스로 죄를 지어 훼손했다고 하는 정통 기독교의 입장과 다르다. 또한 영지주의에서는 신의 여성성도 강조한다. 하나님을 아버지와 어머니라 찬미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심지어 어떤 문헌에서는 정통 교회에 대해 “신비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진리의 신비가 자신들에게만 귀속된다고 우쭐댄다”고 비난하였다. 부활에 관해 정통파는 육체적 부활을 믿지만, 영지주의는 영적 부활만을 믿는다. 그와의 만남은 꿈속에서, 무아경속에서, 환상 속에서, 또는 영적인 깨달음의 순간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터툴리안은 ‘육체의 부활을 부인하는 자는 누구든 이단이고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단언하였다.’

《요한의경》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뒤 크게 상심한 요한이 정신을 잃었다는 내용으로부터 출발한다.

"즉시...[하늘이 열렸고] 하늘 밑에 [있는 모든] 창조물이 빛을 발하였으며, [세상이] 흔들렸다. [나는 두려웠고] 빛 속에서 [한 아이]를 보았다...내가 쳐다보는 동안 그는 노인과 같이 변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모습을 [바꾸어서], 하인처럼 되었다...나는...빛 속에서 온갖 형태로 변하는 형상을...보았다... 그가 놀라자 그 존재가 말하였다. 요한, 요한, 너는 왜 의심하느냐. 그리고 왜 두려워하느냐? 너는 이러한 모습에 익숙하지 않으나..,두려워말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하는] 존재이다..,[나는] 너에게 현재 존재하는 것 [과 과거에 존재했던 것], 앞으로 존재할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왔다]..."

역시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빌립에게 보내는 베드로의 서한》에는 예수가 죽은 뒤 제자들이 올리브 산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일어났던 사건이 묘사되어 있다.

"강력한 빛이 나타났고, 그가 모습을 드러냄으로 말미암아 산이 환해졌다. 그리고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 '들어라...나는 너희들과 영원히 함께 하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때 제자들이 그에게 우주의 비밀에 관해 물어오자. “빛으로부터 목소리가 나와”라고 대답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기서도 예수께서 죽은 뒤 제자들이 산에 모였을 때 구세주께서 그의 본 모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이 되어 제자들 앞에 나타나셨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위대한 빛의 천사의 모습이 있다. 제자들이 놀라고 두려워하자 그는 미소를 면 채 우주 및 우주의 운명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세우신 계획의 비밀들’ 을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

영지주의와 정통파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 구절이다. 제자들이 익히 알고 있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육신’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시고 나타나신다. 그는 빛 속에서 말하는 빛나는 존재로 나타나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바꾼다. 예수는 미숙한 제자에게는 아이로, 성숙한 제자에게는 지혜의 상징인 노인으로 나타난다. 영지주의 교사 테오도투스가 말했듯이 “개개인은 각자 고유한 방법으로 주를 알게 된다.”

영지주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이며 발렌티누스의 제자인 헤라클레온(160년경)은 “처음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증언 때문에 믿는다...그러나 다음에는 진리 자체로 인해 믿게 된다”고 했고 역시 발렌티누스의 제자이며 훗날 교사가 된 마르쿠스(150년경)는 자신이 어떻게 진리의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환상이 그에게로 내려왔다...여인의 모습으로...그리고 어선까지 성직자건 보통 사람이건 누구에게도 드러낸 바 없었던 그 본성과 사물의 기원을 오로지 그에게만 알려 주었다.”

마르쿠스는 그로부터 ‘영지’를 전수받는 개개인들도 그러한 경험을 얻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는 입문 의식에서 영에게 기원을 올린 뒤 전수자들로 하여금 예언을 말하도록 지시 하여 신과 직접 접촉했음을 입증하도록 하였다.

"보라, 은총이 그대에게 내려왔다. 입을 열고 예언하라." -마르쿠스(영지주의 교사)

그러므로 영지주의자들은 4복음서 외에 다른 복음서(예컨대 도마복음서 등)를 인정하지 않는 정통파들을 싫어하며 정통파들을 향해 문자에 갇혀 사는 답답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영지주의자들은 정통의 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들이야 말로 하나님과 매우 밀접하게 근접해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영지주의자들은 정통의 가르침을 따랐지만 여기에 비교(秘教)의 내용을 덧붙인다. 영지주의 교사들은 평범한 전통만을 전수할 수 있는 사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영지주의자들의 초기 기록들은 불완전하고 최악의 경우는 날조된 것들이다. 이후 영지에 의존하여 수정되고 변형되기도 한다.

이레네우스는 교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교회는 마치 하나의 영혼과, 하나의 동일한 심장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듯 이러한 교리를 똑같이 믿고 있으며, 일사불란하게 이 교리를 내세우고 가르친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기는 하지만, 전통이 지니는 의미는 오직 하나이며, 어디서나 동일하다. 독일에 세워진 교회는 교리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믿지도, 전수하지도 않으며, 스페인, 갈리아, 동방, 이집트, 그리고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세워진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온 세상으로 흩어진 교회 사이에 논쟁이 생기면 어떻게 하는가? 우리들 사이에서 중요한 질문을 놓고 논쟁이 일어났다 치자. 사도들이 가르친 것들과 정통을 유지해 온 교회에서 해당 질문과 관련하여 분명하고 확실한 답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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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운 목사는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서들을 중심으로 탁월하게 가르치는 뛰어난 교육목회 전문가이다. 정대운 목사는 “객관화(진리)의 주관화(신앙)를 추구합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교육목회 철학을 표현하기 좋아한다. 세종대, 개신대학원대학교(M.Div),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에서 공부했고, 현재 계속해서 국제신학대학원대학(석,박사 통합과정)에서 연구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원 교수(교회사)로 사역하고 있고, 고양시의 삼송제일교회의 담임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