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판 성경만이 유일무이하고 무오 무류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이른바 '킹 제임스 판 성경주의자들'이다. 킹 제임스판  성경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성경을 “사탄의 성경”이라 하고, 심지어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아닌 다른 성경을 읽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말한다. 킹 제임스 판 성경을 제외한 모든 성경들을 당장 쓰레기통에 던지고 불태워야 하는가?

'킹 제임스 판 성경주의자들'의 주장은 결정적인 논리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킹 제임스판 성경(영어)과 킹 제임스 성경을 한글로 옮긴 한글 판 성경을 동일시하는 '동일시의 오류'(fallacy of identification)이다. 

한글로 번역된 이른바 '한글 킹 제임스 판 성경'은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아니다. 한글로 번역되는 순간 킹 제임스 판 성경은 더 이상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아니다.  "한글 판 킹 제임스 성경"이라는 표현은 '동일시의 오류'라는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킹 제임스 판 성경주의자들'의 배타적 주장을 논리적으로 적용하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된 성경들은 모조리 불태워야 한다.

킹 제임스 판 영어성경의 시원인 존 위클리프와 윌리엄 틴데일은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여 대중이 읽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킹 제임스 판 성경에만 권위를 부여하는 배타적 발상은 위클리프와 틴데일의 성경 번역 원리와 확신에 역행한다. 성경이 자국어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그들의 정신과 원리를 헛된 것으로 만든다.

아래의 글은 페이스북 공간에 실린 어느 글을 옮긴 것이다. Joshua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킹 제임스판 성경만 읽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을 쓴 글을 간추린 내용이다. 이 글은 문서 비평학자들이 사용하는 고서 검증법을 토대로 킹 제임스 성경의 역사적 정황들을 검토한다.  
(1) 사본의 시기,
(2) 사본의 양,
(3) 사본의 정확도를 살펴본다

참고할 만한 글이기에 옮겨 싣는다.

사본의 시기: 몇몇의 킹 제임스 주의자들은 킹 제임스 성경이 현대 성경보다 400년이나 앞섰음을 내세워 킹 제임스 판 성경의 권위를 주장하려고 한다. 물론 출판 시기만 놓고 말하자면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월등히 우위에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최근에 번역되어 나오는 현대 성경들은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사용한 사본들보다 더 오래 되고, 더 정확한 사본들로부터 번역되었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킹 제임스 판 성경은 10세기 이후에 기록된 사본들만을 사용하여 번역되었다. 성경이 완성된 후 거의 900년이 지난 후에 필사된 사본을 가장 이른 사본으로 사용하여 번역됐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 성경은 2세기의 사본부터 사용하여 번역되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고고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사용했던 사본들 보다 더 오래되고 정확한 사본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킹 제임스 판 성경이 번역될 때에는 땅 속이나 동굴 속 항아리 단지에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본들이 고고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세상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고, 성경 번역자들은 그러한 사본을 면밀히 연구하여 현대 성경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 킹 제임스 판 성경이 현대 성경보다 약 400년이 앞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 성경은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사용한 사본보다 약 900년이나 앞선 사본을 사용하고 있음을 잊지말라.

사본의 양: 현대어 성경을 번역하려고 사용한 헬라어 사본들은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사용한 사본들보다 백배 이상이나 많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백배 이상이나 된다. 킹 제임스 판 성경을 번역하는데 사용된 사본은 오직 6개뿐이지만 현대 성경을 번역하는데 사용하는 사본은 헬라어 사본만 5,000개 이상이다. 그 종류와 양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6년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피러스: 118대문자 필사본: 317소문자 필사본: 2,877성구집: 2,433개 이다.

이처럼 헬라어 사본들만 봐도 총 5,745개나 된다. 라틴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의 번역본까지 치자면10,000개가 족히 넘고, 성경 인용문구만 찾아도 1,000,000,000개가 넘는다. 현대 성경은 보다 정확한 번역을 위하여 이 모든 자료들을 참고하지만, 킹 제임스 판 성경은 오직 6개의 사본만을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사본을 많이 참고하면 할 수록 필사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성경 뿐 아니라 어떤 문서의 필사 정확도를 검증하는데에도 동일하다. 이러한 자료적 정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킹 제임스 판 성경은 오직 6개의 사본만을 사용했기에 5,000개 이상의 사본을 사용하는 현대 성경보다 정확도 검증에서 월등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본의 정확도: 킹 제임스 판 성경을 번역한 사람들이 사용한 6 개의 사본들은 거의 대다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거의 대다수”라 함은 지금은 찾을 수 없는 소수의 번역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이유는 분실된 사본들의 족보 사본들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손실된 사본이 담고 있는 단어, 어휘, 특성 등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모아 킹 제임스 판 성경의 번역 정확도를 검증하면 실망스러운 사실을 접하게 된다.  킹 제임스 판 성경을 번역하는데 사용된 사본들은 순수한 사본이 아니라 서기관들이 첨가한 단어나 문장 등이 있는 사본이었던 것이다.

킹 제임스 판 성경주의자들이 자랑처럼 하는 말이 있다. “킹 제임스 판 성경에는 일반 성경에 없는 단어나 문장이 들어있다!” 사실이다. 왜? 서기관들이 첨가해 넣은 단어와 문장들이 있는 사본에서 킹 제임스 성경이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킹 제임스 성경만이 무오무류하고 유일무이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 아니라 더해진 내용이 들어있는 사본으로부터 번역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요한의 콤마”가 아니던가? 물론 기독교의 정통 교리를 수호하고, 더 자세히 전달하기 위하여 단어와 문장을 첨가한 서기관들의 의도는 칭송 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들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성경 필사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아무것도 보태거나 빼지않고 있는 그대로 필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로 일반 성경에 없는 부분이 킹 제임스 판 성경에 있다고 해서 킹 제임스 판 성경을 예찬하는 것은 엎드려 절 받는 격인게다.

킹 제임스판 성경은 처음 인쇄된 이후로 100,000군데 이상 수정된 개정판들이 출간되었다. 더욱이1982년에는 더 많은 개정을 통한 뉴 킹 제임스 판 성경이 출간되었다. 킹 제임스 판 성경주의자들은 이러한 개정본 출간의 이유를 “고어(古語)로 되어있는 킹 제임스 판 성경을 읽기 힘드니까 현대어(現代語)로 바꾼 것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뉴 킹제임스 판 성경을 비롯한 수많은 개정판들은 킹 제임스 판 성경과 어휘만 다른 게 아니라 단어와 문법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어휘를 고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단어와 문법까지 고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 의거하여 킹 제임스 판 성경주의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맺는다. 킹 제임스 판 성경이 무오, 무류하고 유일무이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왜 단어와 문법을 바꾼 뉴 킹 제임스 판 등과 같은 개정판들을 출간하는가?


최덕성 교수 /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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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성 교수는 고신대학교, 리폼드신학교(M.Div, M.C.ED), 예일대학교(STM), 에모리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고, 고려신학대학원의 교수였고 하버드대학교의 객원교수였으며, 현재는 브니엘신학교의 총장이다. ‘신학자대상작’으로 선정된「한국교회 친일파 전통」과 「개혁주의 신학의 활력」,「에큐메니칼 운동과 다원주의」을 비롯한 약 20여권의 귀중한 신학 작품들을 저술하였다. 신학-복음전문방송 <빵티비>(BREADTV)의 대표이며, 온라인 신학저널 <리포르만다>(REFORMANDA)를 운영하며 한국 교회에 개혁신학을 공급하기 위해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