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총회의 천주교 영세 불인정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일

정양호 선교사(우간다, 고신교단)

종교개혁 498주년을 지나면서 오늘의 종교개혁의 과제를 다시 떠올린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천주교 성경통신강좌를 통해 천주교 교리를 공부하였다. 보통 교회에서 배운 것과 비슷하였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성경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마리아 송, 마리아 기도문, 로사리오 기도, 연옥 등의 내용이 참 특이한 공부라고 생각하면서 지나쳤다.

처가 식구들 중에 한 신부와 천주교인들이 있었다. 천주교가 과연 성경이 말하는 그 진리라면 전도할 필요가 없지만 구원의 진리가 아니라면 전도의 대상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천주교 신문을 구독하면서 천주교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였다. 천주교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경과는 동떨어진 종교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특히 로마 천주교 신부로 있다가 개종한 후 한국을 방문했던 알베르토 리베라(Alberto Rivera)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그 정체성을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뒤늦게 우리 주님의 부르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신을 가려고 노회 고시에 합격을 하고 입학 절차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여름 수련회 강사로 오셨던 고려신학교 석원태 목사님의 메시지는 또 한 차례 확실한 임팩트를 주었다. 당시 총신 교수들 책을 다 망라해 보았지만 천주교에 대해 비판하는 교수가 한분도 없었다. 그런데 석 목사님은 “천주교는 성경을 떠났고 기독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말씀에 흥분하였고 교회에서 지원하는 총신 교단 신학교로 가라는 권고를 뿌리치고 그길로 지금까지 고려파 목사 선교사가 되었다.

2005년도에 “종교개혁의 남은 과제”라는 제목의 글로 뉴스엔조이에서 천주교에서 영세 받은 자들을 교회에서 그대로 인정해 입교하는 문제를 ‘타협과 무지의 소산’이라며 비판하였다.1) “요한바오로 2세의 죽음을 생각한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세계교회’라는 미명하에 비성경적, 비복음적인 비진리로 뚜쟁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종교라는 두 얼굴로 편리하게 영혼을 사냥질하는 이 거대한 이방 종교와 타협하는 교회들을 비판하였다.2)

나는 지금 선교지에서 천주교에 대한 연구와 변증전도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금년도에 개척한 우간다 운두구(Undugu) 생수교회는 신부를 중심으로 천주교회가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곳인데, ‘오직 예수’의 복음을 외치던 중 주일에 예배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모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천주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이다. 몇 주 전에는 천주교에서 영세받았던 사람들을 다시 세례받게 하였다. 왜냐하면 로만 카톨릭은 기독교가 아니고, 기독교 이단 정도로 마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이교’(異敎)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장황하게 천주교에 얽힌 개인적 스토리를 털어 놓는 것은 그 어떤 인간적인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경적 진리의 탐구와 삶이 지금 이 순간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영적 진리 싸움임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종교 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외쳤던 ‘오직성경’, ‘오직예수’, ‘오직믿음’, ‘오직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은 영원한 성도의 슬로건이다.

금년도 장로교 합동측 100회 총회는 지금까지 인정해오던 천주교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다시 결의하였다. 이는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이 지나쳐버린 하나의 개혁 과제를 푼 것으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대부분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은 교인이 개종하여 지교회의 소속 교인이 되려면 천주교에서 받은 영세를 세례로 인정하여 세례를 받지 않고 입교 절차만 밟아 교인이 되는 것이 오랜 전통과 관례로 굳어져 있었다. 이것을 개혁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아마 타 교단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흉내도 내기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 간섭하신 일이라고 믿는다.

이 발단은 “카톨릭 영세를 세례로 인정할 수 있느냐”며 광주지역의 빛고을노회가 낸 헌의로 시작되었다. 당시 총회에서는 일부 총대들은 “영세를 인정하지 않으면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고 개신교로 넘어온 사람의 경우 두 번 세례를 받게 되기 때문에 아나뱁티즘(재세례)가 아니냐?” 또는 “카톨릭의 영세는 개혁주의 신학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다. 칼뱅 당시에도 이 문제가 있었다. 칼뱅은 가톨릭을 거짓 교회로 봤지만, 어쨌든 그들이 영세를 받을 때 성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받았기 때문에 이를 인정했다”라며 신학적 반대를 피력하기도 했으나 총대 대다수가 “카톨릭은 이단”이라며 불가론을 폈고, 로만 카톨릭의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후폭풍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같은 교단의 신현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서 “오늘날 재세례파들은 우리가 교황제도 아래에서 불경건한 우상숭배자들로부터 세례를 받은 것이므로 그것이 올바르게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우리가 사람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마 28:19) 세례 받은 사실과, 또 세례라는 것은 누가 그것을 시행하든지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온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들의 어리석은 이론에 강력한 논증을 갖추고서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칼빈, 기독교 강요, 초판).

윤종훈 교수(총신대)

즉 합통총회의 결정이 ‘삼위일체의 세례’를 부정하는 재세례파의 행태라고 꼬집으면서 이것은 재세례주의가 개혁주의 전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따라가는 것이라고 불평하는 것이었다. 이에 총신대 윤종훈 교수(역사신학)는 “16세기 개혁교회들이 아나뱁티스트를 인정하지 않던 당시의 가톨릭과 달리 지금의 가톨릭은 다원주의적인 성격의 이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톨릭의 영세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하였다.

통합교단은 “교리적으로 답한다면 로마교회에는 이단적인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개혁자들이 개혁하려고 했던 부패하고 이단적이었던 로마교회가 현실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칼빈은 그의 기독교강요에서 로마교황은 배교자요 이단 무리의 수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교회가 반사회적이거나 반윤리적인 이단집단과 같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로마교회는 우리와 다른 전통을 고수하는 교회로 보아야 할 것이다.” 라는 포괄적인 입장을 추구한다.

최근 고신 손성은 목사 (천국제자들교회)는 부산대학교 SFC의 498주년 종교개혁기념행사에서의 특강 “현대 로마 교회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라는 펫북 토론에서 “로마 교회를 ‘이교’라고 여기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며, 비록 이교적 요소들이 뒤섞여 있고 우상숭배자들이지만, 정통 신앙을 보존하고 있다”...라고 놀랍게도 통합측의 자세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였다. 또 다른 신학위원회 한 목사도 “카톨릭 역시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영세를 주기 때문에 그 효력이 유효하다”라는 논지를 통해 전통 속에 갇혀 관망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언젠가는 에큐메니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도신경 문제도 손을 보게 날이 올 것이라 본다. ‘사도신경’, ‘삼위일체’, ‘십계명’ 등 이단 기준이 전통적인 로만 카톨릭적인 기독교 카테고리 기준으로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마치 이것을 이단 판별의 절대 기준 인양 무비판적으로 더 이상 사고 하려하지 않는다. 이 설정에 의하면 로만카톨릭과 개신교의 관계는 언제나 “개신교 나간자식들 그냥 엄마 품으로 돌아와” 또는 “직제와 관행만 다를 뿐 똑 같다. 그러므로 일치하자!”라는 에큐메니칼 논리 속에 얽어 매일 수밖에 없다.

오늘의 교회가 가장 중요한 성경적 진리 싸움을 포기하고 하나의 종교로 화석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깝기만 하다. 하나의 종교로써 전락한 의식화된 교회라면 바알 종교인 로만 카톨릭과 동조, 옹호, 타협은 하등의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오직 예수 신앙은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결코 양보할 수도 없고, 더구나 결코 그 어느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독특한 것이며, 영원한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노라하는 교회지도자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명찰을 달고 무지와 불신앙적인 행동에 의해, 신학교 교실에서, 그리고 설교 석상에서, 강연장에서, 또는 저서를 통해 공개적으로 ‘오직 예수’, 그 이름을 짓밟는 묵시록의 대배도(大背道)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성경의 진리는 오직 예수 이름으로 영생 천국이거나 불신 지옥이거나 양자택일이 있을 뿐이다. 목적으로서의 예수를 위해 살고, 오직 예수를 위해 죽기로 각오한 성도라면 바른 성경적 신학과 신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 각주 ---
1)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3602
2)(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471)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바른믿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양호 선교사는 고신에서 공부하고 안수받았으며, 현재 KPM(고신총회세계선교회)와 NGO Good Partners(김인중 목사, 이사장)의 파송을 받아 우간다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천주교와 오순절 운동 신학 류에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성경적 복음을 우간다의 원주민들에게 전하고자 애쓴다. 우간다의 낙후된 여러 지역들을 순회하면서 복음과 함께 의료 봉사로 영혼들을 섬기고 있고, 늘 기독교의 세계적 동향을 살피고 연구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