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원 박사의 '개혁주의와 장로교회'(4회)

서철원 박사(전 총신대 신대원장)

개혁교회는 언약사상을 체계화해서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신학의 요목으로 설정하고 있다. 17세기 언약사상이 체계화될 때 루터교회와 카돌릭 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언약사상은 오직 개혁신학의 요체로 남게 되었다.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이 은혜언약을 공식화하였다. 그리고 은혜로 구원얻는 하나님의 섭리에 반해서 구약 백성들은 율법을 행함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사상을 체계화하였다. 신약백성은 율법을 지키는 일 없이 그냥 예수 그리스도만 믿으면 구원 얻도록 은혜언약을 세우셨으니 참으로 은혜로 알고 감사하였다.

그러나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은 칼빈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에 의해서 공식화되었다. 칼빈은 언약에 대해서 말은 많이 하였지만, 언약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한 번도 밝히지 못하였다. 그의 후계자들이 언약의 바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으로 공식화하였다. 이 언약사상이 17세기 중반에 체계화되어 널리 퍼지고 개혁신학의 중심적인 사상이 되었다. 그 후 거의 소실되었다가 20세기 초에 다시 살아났다.

한국교회에서 은혜언약 사상은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하나님이 친히 구원을 이루셨으니 믿기만 하면 은혜로 거저 구원받는다는 사상은 참 개혁신학으로 인정되었다. 언약체계는 한국백성들에게 열렬히 수납되었다. 선행과 공로로 구원 얻는 것이 아니고 구원은 전적으로 은혜라고 하는 가르침은 성경적 진리여서 열렬히 수납되었다.

구원은 전적으로 믿음만으로 이루어진다. 선행이나 공로로 구원얻을 수 없고, 전적으로 구원은 은혜로 곧 선물로 받는다고 하는 교리는 종교개혁의 핵심교리로 인정되었다. 한국장로교회에서구원은 은혜의 선물이므로 믿음으로 받는 것이 성경적인 바른 진리로 인식되어 널리 수납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신학교육이 진행되면서 은혜언약과 행위언약을 같이 가르쳤다. 그 결과로 설교에서도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이 전해지고 가르쳐졌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경향성이 생겨났다. 구약 백성들은 율법을 지켜 구원에 이르렀으면 지금도 율법을 지키고 행함으로 구원 얻음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많은 장로교도들의 가슴에 일어났다. 그래서 율법을 지킴과 행함이 합당한 구원의 길이라는 생각이 암암리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얻는다는 교리에 반하여, 율법을 지킴과 행함도 합당한 구원의 길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주라는 생각이 흐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율법을 지킨 유대인들도 다 구원받았고 신약시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믿음으로 구원받지만, 믿음에 율법 지킴을 곧 선행을 더하면 확실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하나님의 구원경륜을 전적으로 허는 것이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로만 세상을 구원하신다. 구약의 역사는 다 예수 그리스도로 이루실 구원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구약의 족장들과 선지자들도 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렀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대해 아무런 의식이 없었던 구약백성들은 율법으로 세워진 제사만 드렸다. 그들이 구원 얻은 것은 그리스도의 피가 시간에 역행해서 그들의 제사에 적용되므로 구원받았다 (히 11:40). 그릇된 신학을 고치고 하나님의 구원경륜을 확실하게 세우는 길은 언약사상을 성경대로 바꾸는 것이다.

신구약에 나타난 언약은 다 하나님의 백성 삼는 약정이었다. 모든 구약의 언약들은 이스라엘로 하나님 백성 되도록 하는 약정이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과 맺은 언약은 여호와만을 하나님으로 섬기기로 한 약정이었다. 그 이후 모든 언약도 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의 자리로 돌아가서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기로 한 약정이었다.

이 언약을 지키지 않고 다른 신들을 섬겼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유다는 망하였다. 하나님은 아담과 언약을 체결하셨다. 창조주만을 하나님으로 섬기는 백성으로 삼으시려고 아담에게 언약을 주셨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언약을 범하여 창조주만을 하나님으로 섬기는 거룩한 직임을 거부하고 자주자가 되기로 하였다. 이 때문에 하나님의 저주와 죽음이 인류에 철칙으로 세워졌다.

그래도 하나님은 언약을 회복하셔서 범죄한 인류를 다시 자기의 백성으로 삼으시기로 하셨다. 그런데 범죄한 백성을 다시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하려면 반역죄를 무효화해야 했다. 그러나 아담의 후손은 아무도 죄 값을 갚아 죄를 무효화할 수 없었다. 따라서 하나님이 친히 죄 값을 갚으시고 백성을 회복하기로 작정하시고 일하셨다.

구약은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준비하는 역사였다. 때가 차매 하나님 자신이 곧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셔서 인류의 죄 값을 갚아 범죄한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서 피 흘리셨다. 언약은 하나님의 백성 되기로 한 약정이다. 이 성경적인 진리로 모든 신학활동이 돌아가야 한다.

성경적인 언약개념을 바르게 이해하는 길만이 사변을 없애고 바른 성경적인 신학을 전개할 수 있다. 언약은 행위언약이나 은혜언약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되기로 한 약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때만 신구약전체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모든 사역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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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