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목사(신학박사, 주님의 교회 담임, 형람서원 운영자)
고경태 목사(신학박사, 주님의 교회 담임, 형람서원 운영자)

 

지난 9월에 열린 제106회 예장합동 총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관한 가르침을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성경적 근거 없음”이라는 짧은 어휘이지만 신학 지표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위원회(이하 '이대위')에 따르면 "능동적 순종 노승수, 김병훈 건은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분명한 성경적 근거는 잘못되었으나, 이를 본 교단에서는 보고서대로 채택하되 2명의 교수는 합신 교단에 맡겨 처리하라고 하다.”라고 보고했고, 총회가 채택했다.

 

합동신학교 전경, 본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합동신학교 전경, 본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그런데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합신대) 정암신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총동문회가 주관한 제 33회 정암신학강좌가 지난 2021년 11월 16일 오전 10시에 합신대원 4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됐으며 김병훈 교수(조직신학)가 ‘그리스도의 순종과 의의 전가: 역사적 개관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박상봉 교수(역사신학)가 ‘그리스도의 순종과 의의 전가: 초기 종교개혁자들의 견해’, 이승구 교수(조직신학)가 ‘그리스도의 순종과 의의 전가: 현대개혁파 정통신학자들의 견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는 합신대에서 정암신학강좌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을 재확증한 셈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성경적 근거가 없음”일까? “개혁파의 정통 교리”일까? 합동교단과 합신대학원대학교의 신학적 결정이 대치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성경적 근거는 롬 5:19이다.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성경 본문에서 “한 사람이 순종하심”을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으로 나눌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개혁파 정통 교리라고 판단한 근거는 어디일까?

먼저 신학대학이 자신들의 신학적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학대학은 교단과 연결된 긴밀한 관계이고, 신학의 최종 결정은 교단이 한다. 신학대학은 신학 내용을 결정한 권한이 없다. 신학대학이 신학 결정문을 올려도 실효는 교단 총회에서 결정하고, 신학대학은 교단의 결정을 수종하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교단이 신학대학을 불필요하게 간섭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신학대학이 교단과 별개로 신학을 추진하는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공식적으로 신학을 결정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학대학 자체의 내부의 신학이 결정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합신대학교의 정암신학강좌에서 신학 내용이 교수들 간에는 합의된 것으로 보이는 데, 그렇다면 이는 적당하지 않다. 신학 결정을 위한 논의는 최소한 반대 견해가 개진되어야 한다. 반대파가 없다면 찬성 진영에서 반대 의견을 밝히는 구도를 갖춰야 한다.

1) 신학강좌에 참여한 발제자들의 내용은 동일한 결론을 갖고 있다. 질문 패턴도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성경 본문 롬 5:19,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에서 "그리스도의 순종"을 왜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으로 구분하는가?에 대한 분석은 찾을 수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오르심과 죽으심은 오히려 능동적인 모습이 있기도 하다.

2)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없는 문장(어휘), "순종과 만족"을 사용하면 되는데, 왜 표준문서에 없는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사용하려는지 밝혀야 한다.
1658년에 작성한 “사보이선언”에는 “능동과 수동” 어휘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WCF와 사보이선언의 관계에서 더 신학적 진보가 수행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회중파 교리가 WCF 결정보다 더 발전된 신학이 된다.

장로교 표준문서로 500년을 유지한 문서와 어떤 교단에서도 채택되지 않은 사보이 선언의 문서의 평가가 좀 당혹스럽다. 장로교는 더 나은 문서를 채택하지 않는 게으른 교단이 될 것이다. 합신대가 “능동 순종”을 정통 교리 체계로 수납하였다면, 합신 교단의 표준문서인 WCF와 관계까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 장로교 교단이 표준문서에 대해서 엄격한 규약을 약화시켰다고 한다. 왜 그렇게 했을까? 그것은 능동적 순종 체계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표준문서 밖의 신학 체계를 자유롭게 통용시키려는 의도일 것이다.

3) 이번 능동 순종을 주장하기 위해서 "피스카토르“를 반복하는 경향이다. ”피스카토르 프레임", 17세기 논란 사상이 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유효한지 판단은 쉽지 않다. 비판하는 진영에서 피스카토르를 인정한다거나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상대를 피스카토르의 사상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허수아비 논리 오류"가 될 수 있다.

4) 발제자 중 박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이 능동적 순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능동적 순종을 말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라며 “성경에 삼위일체라는 용어가 없기 때문에 성경이 삼위일체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무지한 논리이다”고 비판했다. “삼위일체”와 “능동적 순종”을 병렬로 비교하는 것은 당혹스러운 태도이다. 성경에서 삼위일체는 이미 교리로 확증된 절대 진리이다. 능동적 순종을 결정한 표준문서는 사보이 선언과 2차 런던신앙고백서(침례교) 뿐이다. 그리고 성경 해석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5) “많은 개혁자들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 교단은 다양한 신학적 의견들이 있지만, 개인의 의견이 교단 신학을 결정할 수 없고, 많은 사람의 총합이 교단 신학을 결정할 수 없다. 신학 논란이 증폭되면 예수를 믿음, 성경 본문에 근접하게 하면서 결정하는 것이 원리이다. 신학은 토론 현장에서 다수의 결의로 결정하는 원리가 될 수 없다. 교단은 표준문서 위에 세워졌다. 한국 장로교의 표준문서는 12신조에서 시작되었지만, 정상적으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로 전환하였다. 12신조 수준이었다면 능동적 순종 규정에 대해서 제재할 수 없는데,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의하면 신학 어휘 때문에 표준문서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

신학은 교리에 근거하여서 진행한다. 모든 신학자는 표준 교리를 갖고 있다. 그 표준 교리가 일치하면 한 공동체이고, 그 교리가 다르면 다른 공동체이다. 이번 능동적 순종에 관한 논쟁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표준문서로 갖고 있는 교단들에서 일어난 것이다. 신학 판정을 할 때 기본은 표준문서에 입각하여 진행해야 한다.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없는 어휘이고, 1658년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대체할 사보이 선언에 있는 어휘이다. 그런데 신학의 아성인 신학대학에서 이런 행동이 일어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신학대학 교수들은 연구를 통해 매우 정선된 신학으로 교단 신학이 바로 서게 하는 사역자이다. 합신교단의 표준문서와 다른 신학적 합의를 합신대학에서 거행했다. 이번 합신대학의 신학강좌는 합신교단이 표준문서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하는지 그 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리폼드 투데이(http://www.reformedtod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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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