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에서 세례는 원죄를 제거하고 의화(칭의)를 전달하는 기계적 수단

미국의 주요 개신교 4개 교단이 지난 2013년 1월 미국 Texas 주 Austin에서 “상호세례인정에 관한 공동협정”(Common Agreement on Mutual Recognition of Baptism)에 서명했다. 이때 천주교와 세례협정문에 서명한 개신교단들은 다음과 같다.

북미주개혁교회(CRC)
미국장로교회(PCUSA)
그리스도연합교회(UCC)
미국개혁교회(RCA)

이상의 4개 교단들과 천주교는 7년 동안 진지한 협의 기간을 거친 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세례를 집행하는 조건 안에서 상호간의 세례를 인정하는데 합의를 보았다. 그 이전까지 미국이나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 서로의 세례가 전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교회에서는 좀 더 필요한 교육을 시행하는 선에서 천주교회의 세례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 서로의 세례를 인정한다는 공식적 협약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천주교 신앙 체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세례에 대해 상호간에 공인하는 협약을 맺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일이었다. 이 사건은 천주교 신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1960년부터 일관되게 추진한 ‘천주교-개신교 일치운동’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는 쾌거였다. 그러나 양심있는 개신교 성도들의 입장에서 보면, 개신교회들이 종교개혁의 정신과 신앙을 배반하고 더 이상 기독교가 할 수 없는 천주교와 짝하는 지저분한 배교일 뿐이다. 왜 그러한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자.


구원파와 안식교도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

천주교와 세례협정문을 체결한 교단에 속한 목사들이 변명하는 주된 논리는 천주교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삼위일제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할지라도 그들의 신앙내용이 성경적이지 못하다면 그들의 세례도 인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 교회의 모든 목사들은 이 점에 대해서 이미 동의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 교회가 이단으로 여기고 있는 구원파, 안식교의 세례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보자. 나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구원파의 세례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8년간 구원파 교주의 통역 비서로 일하다가 깨닫고 탈퇴하여 구원파의 문제를 앞장서 알리고 있는 분에게 전화하여 물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 방식으로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구원파가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시행한다고 하여, 그들의 세례를 인정하자거나, 그들과 세례을 상호인정하는 어떤 협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아무도 주장하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안식일 교회의 지도자에게 전화하여 안식교가 세례를 베푸는 방식에 대해서 문의했다. 안식교에서도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침례를 시행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정통 교단에 속한 그 어떤 목사도 안식교와 세례협정문을 맺자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구원파와 안식교의 신앙이 성경에서 벗어난 이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안식교와 구원파에서도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세례를 줍니다. 그들과 세례협정문을 맺도록 제가 주선할까요?”

천주교와 세례협정문을 맺은 것에 대해 반발하지 않는 목사들에게 내가 이렇게 놀렸을 때, 그 누구도 나에게 대답하지 못했다. 성부, 성자, 성령을 들먹이면서 세례를 준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신앙이 이단이면 그들의 세례를 상호간에 공인하다는 협정문을 맺는 것이 그릇되었다고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목사들이 구원파에 대해서는 여지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구원파보다 더 악독한 이단인 천주교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가진다. 왜 구원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세와 감정을 그 보다 더 심각한 천주교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을까? 동일한 논리와 감정을 천주교에도 적용해야 마땅하다.


구원파의 이단성

1)기존 교회에 구원이 없고 자기들에게만 있다고 한다.
2)구원에 관한 번쩍이는 깨달음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인격적 신앙보다는 중시하여 기독교를 왜곡한다.
3)구원받은 자들에게는 더 이상의 기도생활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4)신도들의 헌금과 노동력이 교주 일가족의 사치를 위해 착취된다.
5)기업가 정신이 결여된 교주 일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체로 인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6)세월호 참사를 일으켜 수 백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게했다.

 

천주교와 교황의 이단성

1)인간인 교황을 무오하다면서 그의 가르침을 성경과 같이 취급하고 그를 하나님과 같이 높인다. 천   주교의 이러한 방침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악한 이단이라고 정죄한다.
2)죄인인 교황을 ‘그리스도의 대리자’, ‘성스러운 아버지’, ‘최고의 제사장’이라고 높인다.
3)예수님을 ‘중보자’(Medeator, 남자 중보자)라고 하고, 여인 마리아를 ‘중보 여인’((Mediatress, 여   자 중보자)라고 하면서 동격화한다.
4)여인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도 한다.
5)십자가 완전속죄를 부정한다. 대신 그리스도의 죽음을 반복, 재현하는 ‘미사’(mass)를 진행한다.
6)사제가 축성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진짜 살과 피라고 가르친다.
7)남은 빵을 보관하는 곳이 구약의 지성소같이 하나님이 현존하는 곳이라고 가르친다.
8)모든 종교에 하나님의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한다.
9)미사를 통해 이미 죽은 사람도 구원할 수 있다고 한다.
10)천주의 신부를 신약의 제사장이라고 한다.
11)천주교와 교황에 의해 죽임당한 성도의 수는 세월호 참사로 죽은 시민들의 수보다 비교할 수 없    이 많다.


천주교의 문제점들과 이단성의 크기가 공룡이라면, 구원파의 문제점들과 이단성은 작은 생쥐 꼴이다. 그런데 많은 목사들이 구원파에 대해서는 벌레 취급하고, 그들이 베푼 세례를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천주교에 대해서는 대단히 관대하고, 그들과 상호간에 세례를 인정하는 협정문을 체결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이미 그 마음이 교황의 품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천주교의 세례는 원죄를 제거하고 ‘의’를 주입하는 수단

개신교가 천주교의 세례 신학에 동의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신학적인 이유가 있다. 이미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천주교에서 세례는 하나님의 의를 주입하는 수단이다. 천주교에서는 세례를 받는 순간 원죄가 제거되고, 하나님의 성화케하는 은총이 주입된다고 한다. 신자가 죄에서 벗어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가 되는 일은 오직 세례를 받은 순간에 벌어진다고 가르친다.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신자에게 추후에 세례를 베풀어 공표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행위로 의를 이루어 하나님의 인정을 받은 신자에게 최종적으로 세례를 통해 원죄를 제거하여 완전히 의롭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천주교의 세례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 5번 항에 기술된 애용이다.

“세례 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다른 성사들로 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

천주교 신자들은 죽기 전에 신부에게서 영세를 받으면 무조건 구원이 주어진다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음을 믿음에서 구원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세례가 구원을 준다. 그래서 어머니의 태중에서 죽은 유아에게도 주사기를 통해 세례를 시행한다. 개신교 교단들이 천주교와 세례협정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런 천주교의 세례 사상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이는 정말 불가한 일이다.

개신교는 어떤 사람이 복음을 믿었으나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었다하여 천국가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개신교는 천주교처럼 세례를 통하여 죄인이 실제로 의로워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개신교의 칭의는 세례나 다른 무엇을 통한 ‘실제적 칭의’가 아니고 믿음에 근거한 ‘법정적 칭의’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보시고 최고 재판장이신 하나님께서 그 영혼에게 더 이상의 정죄가 없다고 하늘의 법정에서 판결하여 주시는 칭의이다. 그러므로 개신교가 천주교와 세례협정문을 맺은 사건은 무엇으로도 변명되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교황의 품속으로 달려가며 배교하는 개신교의 비틀거림이었다.

“아브라함이 행위로서 의롭다 하심을 얻었으면 자랑할 것이 있으려니와 하나님 앞에서 없느니라 성경이 무엇을 말하느뇨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매 이것이 저에게 의로 여기신 바 되었으니라.”(롬 4:2,3)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자로 우리를 대신하여 죄를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저의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고후 5:21)

 

도나투스 논쟁과 세례협정문

천주교와의 세례협정문 체결에 관대한 자세를 보이는 목사들은 도나투스주의(Donatism)에 대한 어거스틴의 반박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그릇된 적용이다. 도나투스주의자들은 핍박이 왔을 때, 믿음을 저버린 비겁한 지도자들에 의해 베풀어진 세례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다시 세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거스틴은 세례를 베푸는 주체는 하나님이며, 세례 집례자는 단지 수단에 불과할 뿐이니, 세례 집례자가 핍박 중에 믿음의 변절을 보였다고 하여 세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어거스틴이 죽은 후 그의 주장이 정통 교회의 신학으로 인정되었다.

도나투스와 어거스틴의 논쟁의 내용은 지금의 일부 개신교 교단들과 천주교의 상호간의 세례인정 협정문과는 전혀 연관성이 전혀 없다. 그때에는 핍박을 받는 중에 지도자 개인들이 신앙을 저버렸으나, 지금은 로마 천주교 전체가 스스로 성경을 버리고 기독교와는 무관한 다른 종교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세례를 집례한 어떤 신부가 개인적인 죄를 범하여 실덕하거나 직분을 상실한 그런 경우가 아니다. 천주교가 구원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성경을 떠난 다른 종교로 변질되었으므로, 비록 천주교가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을 여전히 사용하며 세례를 시행할지라도 그들의 세례를 구원파의 세례와 같이, 오히려 더 그릇되고 더러운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 신앙과 직제 일치협의회

개신교의 교황의 품으로 달려가는 배교운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칭의교리 합의, 세례협정문 체결로 교리의 일치가 상당하게 이루어졌다. 남은 것은 겉의 제도와 직분을 일치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 작업을 시작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2014년 5월에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출범되었다. 한국천주교회와 한국정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그리고 NCCK 회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루터교회가 함께 모여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구성하였다.

▲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총회(2014년 5월)


2006년 루터교, 감리교와 의화교리 합의를 이끌어 냈던 천주교 측의 중심인물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기자들에게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당시에 이렇게 말했다. 

▲ 통합 운동의 중심에 있는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통합 교단의 임원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고, 하나의 교회를 원하십니다. 개신교뿐 아니라, 동방교회 등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가진 교회들이 신앙을 확인하고, 같은 성사(聖事)를 거행하며, 주교직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 일치운동의 궁극적 목표입니다.”(발터 가스퍼 추기경) 

시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했던 말 속에 이미 1)‘신앙의 일치’(의화교리 합의), 2)‘세례에 관한 일치’(세례협정문), 3)마지막 단계로서 ‘직분과 제도에 대한 일치’를 이루어 갈 것이라는 천주교의 의도와 목표가 암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천주교의 끈질기고 지속적인 노력과 전략대로 지금 개신교는 교황의 품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정이철 / 앤아버 반석장로교회 목사, '바른믿음' 대표, '진목연' 대변인(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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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