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미국(미시간 주)은 3월 15일 주일 오전 9시 30분이다. 오늘은 교회의 예배가 없다. 예수 믿고 난 후 처음으로 맞는 이상한 주일이다. 어제 밤에 신자들에게 각 가정에서 스스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예배 순서와 말씀과 설교문을 카톡으로 보냈다. 재미있는(어색한?) 일도 했다.

“예배 시설(건물 랜트) 등을 유지하지 위한 성도의 헌금은 귀하고 마땅한 신앙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십니다!”

이런 문구와 함께 헌금을 우송할 주소도 알려드렸다.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서 예배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헌금에 대해 성도들에게 가르쳤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완전히 우리 시설을 철거하지 않는 한 약속한 장소 사용료를 미국 교회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평소 예배 시간에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미 신자들에게 카톡으로 보내드린 예배 가이드를 따라 예배드릴 것이다. 평소 오후 1시 30분에 예배드리므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맥도날드에 와서 성경을 보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쓴다. 참 이상하고 특이한 주일이다.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까? 다음 주에도 모이지 못하게 되면, 미리 영상 설교를 유트부에 올리고 그것을 카톡으로 링크하여 신자들에게 보내주려고 한다. 신자들은 과연 그렇게라도 예배를 드릴까? 오늘 누워서라도 보내드린 설교문을 읽을까? 다음 주에도 모이지 못하면, 카톡으로 보내드릴 영상 링크를 따라 설교를 들을까? 듣는다면 과연 앉아서 들을까? 누워서 들을까?

이런 시간이 더 길게 이어지면, 신앙의 죽음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하나님을 위해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대의 교회들의 신앙이 성경의 하나님에게 합당한 신앙이라고 보기 어려운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천지를 경계하고 배척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성경대로 하나님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는 것과는 거리가 멀리 때문이다. 사실 신천지는 도덕성에서 너무 저질이므로 우리 모두가 쉽게 걸려내고 배척하였을 뿐이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많은 요소들이 지금 사람들의 교회 선택의 중요한 여건이 되었다. 노래가 좋아서, 또래가 많아서, 자녀에 대한 케어가 좋아서, 위치와 건물이 좋아서 ... 그리고 목회자의 메시지의 바탕에는 다양성 속의 일치가 핵심이다. 성경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결국 사람의 생각대로 하나님을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모든 신앙이 존중받아야 하고, 도덕성에서 저질이 아니면 끝까지 비판하지 않고 섬기고 ... 이런 자세와 정신 위에서 영혼 군락지들이 점점 아름답게 피어난다.

지금 사방의 교회들이 신자들이 가정에서 예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제일 많은 영혼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웃 교회에서도 가정들이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만들어 소개하였다. 영상을 보니 목사님이 하얀색 로만칼라를 입고 “성도님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신다.

로만칼라는 천주교와 가장 먼저 감리교가 교류를 시작하면서 감리교 목회자들을 통하여 일어난 유행이다. 이후 감리교와 천주교 사이의 신앙일치문, 그리고 루터교와 천주교, 또한 세계개혁교회 연맹과 천주교 ... 계속해서 십자가의 복음을 버리는 배도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천주교 신부들의 복장과 개신교 목사들의 복장 사이의 유사성을 구현하는 로만칼라이다. 혹자들은 스코틀랜드 개혁교회에서 가장 먼저 예배 가운을 만들어 입었고 그것의 연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예배 가운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것임은 누가 보아도 확연하다.

그것 때문에 지옥에 가는 것은 아니겠으나, 분위기와 정신이 이렇게 돌아가니 점점 갈수록 참 신앙이 멀어진다. 전염병으로 함께 모이는 공 예배를 드리지 못하여 신자들이 가정별로 예배드리도록 안내하는 영상에서 조차 목사님이 배도하여 우상종교로 전락한 천주교와 종교개혁 교회의 일치와 화해를 상징하는 옷을 입고 등장하여 신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교회 상황을 대변하는 하나의 그림이다. 어쩌면 마귀가 이 상황에서도 교회 분위기를 다잡고 계속 자기의 일을 치밀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닐까? 일제시대에 신사참배에 앞장서면서 주일예배에 힘썼던 목사들의 모습이 저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교회들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여서 예배를 드려도 하나님을 성경대로 예배하지 않고, 모여서 예배를 드리지 못해도 성경대로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면, 기독교라는 종교는 이미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강한 독재자 정부나, 전염병으로 지상의 교회들이 아예 모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작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라는 우상종교를 하나님께서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가 내 제단 위에 헛되이 불사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 내가 너희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너희가 손으로 드리는 것을 받지도 아니하리라."(말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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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