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는 하나님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작정을 알리심으로 이해해야 바르다. 하나님의 계시는 자기를 알리심이다. 하나님의 자기 현지로서의 계시는 하나님의 존재, 권능, 지혜, 경륜, 창조사역과 구원계획, 그리고 구원의 완성을 알리심이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계획대로 이루시고 그것을 알리셨다. 그러므로 그 사역이 바로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다. 하나님이 알리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감추어진 신비 곧 하나님의 자기 존재와 뜻을 알리심이 계시이다.

하나님은 창조 사역을 통하여 자기의 존재, 권능과 지혜, 또 영광을 계시하셨다. 하나님의 창조로 인하여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다. 그 후에는 창조를 통하여 하나님 존재를 인식한다. 또 하나님의 권능과 영광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칼빈의 말대로 창조를 통하여 불가시적 하나님이 가시적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창조가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시작이다.

계시는 계시자가 계시하므로 계시의 내용을 포함한다. 계시는 계시자이신 하나님의 계시의 주체로서 계시하는 작용을 통하여 계시의 내용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계시는 계시자 곧 하나님에게서 유래한다. 그 계시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여서 하나님과 일면 일치한다. 즉 계시된 대로 하나님은 존재하신다.

계시는 성부 하나님에게서 유래하고, 성자 하나님, 하나님의 로고스를 통해서 온다. 로고스이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온 계시만이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계시이고, 로고스를 매개해서 온 지식만이 참 하나님 지식이다. 하나님은 자기를 계시하심에 있어서 언제든지 아들을 통하여 계시하신다. 왜냐하면 아들은 하나님의 자기 객관화이므로 아들을 통해서만 하나님 지식과 계시가 온다. 그러므로 아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계시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칼 바르트의 전개처럼 아들이 바로 계시와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면 계시가 하나님과 일치되어 하나님이 계시내로 함몰된다. 아들을 하나님의 계시 과정의 한 단계 곧 계시 작용과 일치시킬 수 없다. 계시가 하나님의 자기 계시여도 하나님 자체라고 할 수 없다. 계시가 하나님 자신을 현시함이어도 계시를 아들 곧 하나님의 존재와 일치시킬 수는 없다. 만일 그러하면 발트의 주장대로 하나님의 생과 존재가 계시 내로 완전히 흡입되어 지존하신 하나님으로 남지 않는다.

계시는 아버지에게서 유래하되 아들을 통해서 매개되어, 계시 수납자인 사람에게 이를 때 성령의 조명으로 그 내용이 이해되고 수납된다. 계시는 성령의 역사 없이는 하나님의 계시로 받아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계시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여서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알 수 없고, 하나님의 영의 역사 곧 성령의 내적 증거에 의해서만 이해된다. 칼빈의 가르침대로 성령이 계시를 수납할 수 있게 손을 만드신다. 성령은 내적 증거로 우리가 계시를 받아들여 이해하게 하신다. 혹은 칼빈의 말대로 성령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하여 계시를 이해하신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하나님으로만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령은 하나님으로 남는다.

성령의 내적 증거에 의하여 계시가 이해된다. 그런데 발트는 계시의 내용을 성령과 일치시킨다. 이 주장은 결코 수납할 수 없다. 만일 발트의 주장대로 계시를 이해하면 계시는 절대적 타자인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라 인간의 자기 지식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인간 내부에 있는 다른 자아의 소리를 듣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계시는 하나님의 자기 현시이지만 그의 뜻과 경륜을 알림이어서 진리의 내용들을 포함한다. 단지 현시이고 만남이어서 사건만이 아니라 진리의 계시이므로 문장 형태로 계시가 온다. 계시는 사건과 일을 통하여 오지만 문장 형태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해될 수 있게 표현된다. 계시 수납자인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로 오고 또 언어에 의해 매개된다. 그러므로 계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계시는 처음 수납자만 이해하도록 된 것이 아니고 모든 인류가 이해하고 구원에 이르도록 왔으므로 분명한 문장들로 표현된다. 계시가 사건과 사실로 와도 다 문장으로 표현되어 기록되었다. 로마교회의 주장처럼 계시는 단지 진리의 체계들의 현시만이 아니고 하나님의 인격도 현시되었다. 그러나 계시가 계시로 역사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문장의 형태로 표현된다. 그리하여 처음 계시의 수납자들이 성령의 영감으로 받은 계시를 직접적 하나님의 계시라고 표시하고, 성경에 기록된 계시를 매개된 계시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니고 동일한 계시이다. (신학서론, 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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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 박사는 서울대학,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신학원(Th.M), 화란의 자유대학교(Ph.D)에서 연구하였다. 화란의 자유대학에서 칼 발트의 신학을 지지하는 지도교수 베인호프와 다른 발트의 제자 신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칼 발트의 신학의 부당성을 증명하였다. 발트의 사상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 '그리스도 창조-중보자직'을 관철하여 박사학위를 얻었고, 이 논문이 독일 튀빙겐대학이 선정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 논문 100편에 수록되어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총신대 신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 십년 동안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교수사역에 헌신하다 영예롭게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연구하시며 <바른믿음>의 신학자문 역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