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심각한 반대가 있었다. 그 이유는 정부가 역사를 주도하려는 것에 대한 부당성이었다. 역사의식은 국민이 갖아야 할 필수적인 공동의식이다. 그것을 정부가 주도하여 확립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당시 야당은 그러한 사고 체계를 심각하게 거부했다.

그런데 그 당시 야당이던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한 후 동일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법률로 국민을 계도하려는 자세가 드러나고 있다. 동성애 문제에서도 정부가 주도하려는 자세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야당은 국가 주도적 경제정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자세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프레임으로 과도한 국가주도 정책과 법률 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 적폐청산은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사안이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어야지 적폐청산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 국가는 국민을 섬기는 존재이지 계도(啓導)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번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정은 문재인 정부가 아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성향을 대변하는 사안이다.

첫째,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정은 낙태를 죄로 규정하여 낙태할 수 없음이 여성 인권에 반하기 때문에, 헌법 불합치 판정을 했다는 것이다.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것이 여성 인권에 반하는 것일까? 낙태 행위가 여성 건강에 어떤 역학관계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 유산(流産)되었을 때에는 출산(出産)과 동일한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낙태는 의학(醫學) 기술을 동원해서 물리적으로 유산시키는 행위이다.

그러한 행동이 여성의 인권을 세우는 행동일까? 여성 인권을 세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절대 진리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한 주요 주제인 페미니즘(feminism)의 사고에서 낙태가 여성 인권과 관련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개연성이 강하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낙태죄에 대한 법률적이고 인권적인 결정보다, 섹스 로봇에 대한 윤리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섹스 로봇이 일반화된다면 낙태죄 문제는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진정한 인권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가장 약한 주체를 배려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화국이고 선진국이다. 산모에게 잉태된 태아는 자기 주도에 의해서 형성된 주체가 아니다. 그리고 태아는 가장 보호되어야 할 인류의 유일한 미래이다.

그런데 표현할 수 없는 주체에 대해서 주도적인 주체가 결정하는 것은 일방적인 독단이며 비인간적인 태도이다. 그것은 투표 연령을 낮추려는 진보 정치 성향과 반대되는 태도이다. 결국 태중에 있는 태아가 투표권을 가져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 주체가 된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셋째,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진 미래가 암울한 공동체이다. 대한민국은 소득 3만 달러의 경제부국이라고 하지만, 가장 많은 고아를 수출하는 불명예스러운 모습을 갖고 있다. 낙태죄 폐지보다 해외입양을 폐지하는 것이 더 인권에 합당하고 우리 미래를 위한 행동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계 고아들을 돌보아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의 고아들을 돌볼 수 있도록 선도해야 윤리적이고 이상적이다. 선행해야 될 사안을 놓고 뒤의 문제를 풀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국가가 국민의식을 선도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은 부당하다. 자연스럽게 국민의식이 형성되었을 때 소극적인 자세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한 번 제정된 법률을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정이 다시 번복되어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국가가 주도해서 국민정신을 확립하거나, 경제를 선도하려는 것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러나 어떤 합의로도 생명을 경시하거나 말살하는 것은 부당하다. 국민이 안전과 권익, 그리고 밝은 미래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선택하였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경험한 시간이 아직 100년도 되지 못했다. 우리를 이루어가고 있다. 조선왕조가 5백년을 유지했는데, 대한민국은 얼마를 유지할 수 있을까? 조선과 대한제국은 백성이 있어도 위정자들의 서명으로 폐망했는데, 대한민국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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